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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9일(金)
‘뗑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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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 ‘뗑깡’이라는 발언 때문에 작은 소란이 있었다. 여당 대표가 특정 야당의 공적인 의사 표현을 ‘뗑깡’으로 평가절하하면서 거센 항의를 받았던 것이다. “심심한 유감”이라는 모호한 말로 사태는 일단락됐으나, 정치 지도자의 입에서 ‘뗑깡’이라는 속된 말이 나와 적잖이 놀란 것이 사실이다.

‘뗑깡’은 일본어 ‘tenkan·癲癎’에서 온 말로 1950년대 이후 신문 기사에서 검색되지만, 일제강점기 이후 국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말은 경련을 일으키고 의식 장애를 유발하는 발작 증상이 되풀이하여 나타나는 병을 가리킨다. 우리말로는 보통 ‘간질(癎疾)’ ‘지랄병’이라 하고, 의학적으로는 ‘뇌전증(腦電症)’이라 한다.

그런데 일본어 ‘tenkan·癲癎’이 우리말에 들어와 그 본래의 의미인 ‘간질’ ‘지랄병’이라는 의미로 쓰이지 않고, ‘억지’ ‘생떼’ 등의 의미로 쓰이고 있어 특이하다. ‘간질’의 발작 증상이 마치 무엇을 해 달라고 억지를 쓰는 행위로 비칠 수 있어서 이 같은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뗑깡’은 주로 구어(口語)에서 ‘부리다’ ‘놓다’ ‘피우다’ ‘쓰다’ 등과 어울려 쓰인다.

‘뗑깡’을 1980년대 후반 이후에는 ‘땡깡’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국립국어원의 개방형 사전인 ‘우리말샘’(2016)에도 그렇게 올라 있다. ‘땡깡’은 ‘ㅔ’와 ‘ㅐ’의 발음을 혼동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기지게’가 ‘기지개’로, ‘무지게’가 ‘무지개’로 나타난 것도 그런 이유로 설명된다.

굳이 표기하자면 일본어의 발음을 고려할 때 ‘뗑깡’으로 표기하는 것이 맞는다. 물론 ‘뗑깡’이 속된 의미의 일본어계 단어이고, 또 이를 대체할 만한 ‘억지’ ‘생떼’ 등과 같은 우리말이 있으므로 굳이 쓸 이유가 없다. ‘뗑깡’은 그야말로 버려야 할 ‘언어 적폐’다. ‘억지를 부리다’ ‘억지를 쓰다’ ‘생떼를 부리다’ ‘생떼를 쓰다’라고 쓰면 그만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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