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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9일(金)
“性평등은 국가생존 필수 전략… 경제위기 벗어날 최고의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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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해줘야 한다”며 “고용절벽, 성차별 노동구조, 장시간 근무문화, 가부장적 전통 등 사회문화 전반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저출산·노동력 고령화 문제
여성 일자리 많아질 때 해결
男 포함 모든 차별 해소돼야

한국 법·제도는 구축했으나
인식·문화의 평등은 후진적
성평등이 곧 민주주의 진전

‘여성고용 목표치’ 설정 작업
공공부문부터 시작해서 확대
性別 임금격차 공시제로 완화


[인터뷰 = 김상협 사회부장]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새로운 담론의 창안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담론의 프레임은 꽤 공세적이다. 성(性) 평등은 국가생존과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성 평등이 실현돼야 민주주의가 완성된다는 담론이다.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 19층 장관 집무실에서 만난 정 장관은 여가부가 해야 할 일을 쉴 새 없이 나열했다. 의욕도 넘쳤고, 논리도 주도면밀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성 평등은 국가 생존의 전략입니다. 경제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데 성 평등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 민주주의를 끌어내는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새 정부가 하는 개혁정치 자체가 소득 주도 성장 못지않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공유해나가는 운동을 병행해야 하고요. 이런 부분을 적극 알리고 이런 담론이 우리 사회에 전염되게 하는 게 이번 여가부의 역할입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여성 장관이자 여성계 대부다운 접근법이다. 최근 방한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아시아의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노동시장 성차별을 줄여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끌어올리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10% 늘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 평등을 통한 여성인력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이 같은 능동적인 성 평등 담론은 여성을 단순히 국가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 정 장관 개인의 학문적 시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수동적인 접근을 거부한다는 의미다.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 생겨난 여성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 하마터면 없어질 뻔했던 여성부, 당시 폐지 반대론이 ‘보호받아야 할 여성의 권리는 누가 지키느냐’는 것이었지만, 이마저 정 장관에게는 낡은 패러다임이다. 남성 차별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는 정 장관에게는 성 평등이라는 프레임이 여성에게나, 남성에게나 더욱 적절하다. 그런데 행정부처를 책임진 장관이 무슨 복잡한 담론까지 챙겨야 하나 싶었지만 들어보니 나름대로 사연이 깊다. 정 장관의 하소연이다.

“여가부가 미니 부처이고 영향력이 없다고 할 때마다 언급되는 것이 예산입니다. 2018년 예산이 2017년보다 7% 늘어난 7685억 원인데 공동으로 일하고 있는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에 비하면 형편없지요. 직원 수도 300명에 미치지 못하니까 영향력이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데다 힘든 것은 다른 부처와 제휴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사안이 많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여가부가 주도적 역할을 하기가 힘들 수도 있는 현실인데, 여가부의 장점은 현실 정치 속에서 성 평등과 인권이 실현되고 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데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양적인 측면의 취약성은 새로운 가치의 집적 수준을 가지고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 정부에서는 보호를 필요로 하는 국민을 돕는 직접적 기능 외에 저출산·고령화, 여성경력 단절 문제, 성 평등 등 커다란 주제를 통합적으로 접근하고 담론을 만들어 확산시키면서 미니 부처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고자 합니다.”

구멍가게 수준인 7000억 원대 예산 집행 부서의 장으로서 정 장관이 새로운 담론 행정에 올인하기로 한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이를 통해 여가부 위상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여성계·학계 리더로서 오래 활동했는데 밖에서 활동할 때와 장관으로 일해본 뒤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운동 단체가 대개 현실 정치보다 강한 주장을 합니다. 다양성과 차이가 강조되는 추세에서 여성운동을 할 때도 의견 조정이 어려웠는데 정부에 들어와 보니 더 어렵습니다. 과거에는 옳다고 생각하는 주장만 했죠. 지금은 현실 정치에서 전환 가능한지 고민해야 합니다. 시민운동단체의 일원으로 있을 때보다 지금은 훨씬 더 복잡한 역할을 요구받게 됐죠. 고려해야 할 요인도 많고, 조정 과정도 힘들어졌어요. 내가 갖고 있던 이상을 현실정치에 어떻게 구현할지 토론과 조정, 때로는 타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역대 정부가, 또 여가부가 놓쳤던 대목은 무엇인가요. 최근 일련의 성차별, 성 갈등 폭력사건이나 사회현상을 보면, 그동안 국가가 해야 했지만 외면해왔던 문제가 누적돼 분출하는 느낌입니다.

“과거에는 여가부가 하는 일을 오해했던 것 같아요. 총 10개의 파이(pie) 가운데 남성이 가진 7개 중 2개를 빼앗아 여성에게 주려 한다는 오해이죠. 여가부의 중요한 역할은 여전히 인권 약자, 소수자가 인간답게 되도록 하는 것이긴 해요.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학교 밖 청소년, 다문화 이주 여성을 보호하는 일이 중요한 축이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한 단계 도약해야 합니다. 과거와 달라진 메시지는 성 평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가 어둡다는 점이에요.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과는 결이 조금 다른 메시지죠.”

―정 장관이 해결하려는 성 평등은 무엇입니까.

“뭐,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라고 할까요.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차별을 해결해야 합니다. 남성이 성 때문에 받는 차별도 포함합니다. 여가부의 영어 이름이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잖아요. 저출산과 노동력 공급 문제도 여성이 노동에 참여하고, 노동 질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해결되지 않습니다. 20년 후 인구절벽 속에서 한국 경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문제가 심각한데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본질을 볼 수 없어요. 이번에 저랑 같이 국제 여성콘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했던 라가르드 IMF 총재가 한국은 제도 측면의 성 평등은 이뤘으나 현실 전환의 갭(gap)이 큰 나라라고 얘기합니다. 문화나 의식구조가 법과 제도의 변화에 맞춰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죠. 한국의 법 제도는 선진적인 편이지만, 커피 대접을 여성에게만 시키고, 여성이 출산·육아 때문에 동료 눈치를 보게 하거나, 여성은 고위직에 맞지 않는다고 여기는 무의식적 젠더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모든 부처가 ‘성별영향평가’ ‘성평등지표’를 시행하고 있어요.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성별 분리 통계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사소한 것 같지만 10∼20년 후 한 사회의 구조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성 인지적 통계·예산을 평가할 때 정말 젠더와 관련된 예산을 평가해야 하고,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는가가 중요합니다.”

1995년 대한민국 여성정책의 근간이 되는 ‘여성발전기본법’ 제정 이래 법과 제도의 구축이 계속 이뤄져 왔으나 인식·문화의 변화가 이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의 성 평등 수준은 특히 의사결정과 성별 임금격차 부문이 저조하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성별 격차 지수(GGI·Gender Gap Index)에서 2016년 한국은 144개국 중 116위를 기록했다. 20대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은 17%로 최근 국제의원연맹(IPU) 통계상 193개국 중 106위다. 스웨덴(43.6%)은 우리의 2.6배에 달하고, 중국(24.2%)도 우리보다 많다. 2016년 말 기준 4급 이상 여성공무원은 13%에 불과하다.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2.4%로 스웨덴(35.9%)·미국(20.3%)·영국(25.5%)과 비교가 안 된다. 성별 임금 격차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꼴찌다. OECD 평균은 14.5%인데 우리나라는 37.2%에 달한다. 여가부가 다른 부처를 전염시킨다고 해결될 일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정 장관에게 따졌다.

―여러 부처의 장관들이 중요성을 같이 인식하고, 함께 행동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듯한데, 과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얼마 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저출산 문제 해결은 성 평등이 실현되지 않으면 안 된다, 여성 고용이 잘 이뤄진 나라가 저출산 문제도 해결된다는 말을 하셨어요. 과거 경제부총리가 성 평등과 경제문제를 연결해서 발언한 적이 없죠. 제가 새 정부에 기대를 거는 이유입니다. 국무회의나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장관과 청와대 수석이 다 모였을 때도 성 평등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토론됐습니다. 저출산 심화와 여성의 경력단절, 젠더 폭력과 같은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부 정책에 성 평등 가치가 실질적으로 내재화돼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분(장관)들을 엄청 괴롭혀야겠다고 작심하고 있습니다.”

▲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수요일인 13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직원들의 보고를 받으며 “오후 6시 정시 퇴근을 꼭 지켜달라. 그 대신 근무시간 중 가끔은 점심시간도 잊어버릴 정도로 열심히 일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은 일·가정 양립문화를 확산하는 차원에서 정시 퇴근을 독려하는 ‘가족 사랑의 날’로 지정돼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부문별로 여성고용 목표치를 설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나요. 성별 임금·지위 차별도 심각한데….

“네, 그런데 워낙 방대한 작업이라 한꺼번에 이뤄지기는 힘들고요. 우선 공공부문, 공기업부터 먼저 하려고 합니다. 다음이 경찰, 국립대 교수 등 부문별로 정한 뒤 부처별로 요구하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가 퍼지면서 기업들이 동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민간은 저희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이 적습니다. 민간에는 성 평등을 실현하는 기업에 가족친화인증기업 제도를 통해 인센티브와 세제 혜택 등을 주고 있습니다.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성별임금공시제를 통해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성 평등 임금 실천 매뉴얼’을 개발, 보급해 각 기업이 임금 책정 시 성 차별적 요소가 있었는지를 점검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특히 성별 분리직종 문제가 중요한데 사실은 접근이 어렵습니다. 아울러 이숙진 여가부 차관을 단장으로 ‘좋은 여성일자리 늘리기 기획단’을 운영해 성별 임금 격차 완화, 적극적 고용개선 제도 강화 등 다양한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성 인지적 관점의 정책과제가 고용부 등의 일자리 대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문 대통령 임기 내에 고용부문 성차별이 가시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신설될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가 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는 무엇입니까.

“전 부처 정책을 성 평등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총괄·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함으로써 정부의 성 평등 정책 추진체계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성평등위원회 출범 준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단체협의회를 비롯해 행정·노동·성 평등 정책 등 분야별 민간전문가 등 총 12명으로 구성했습니다. 사회 전반의 차별과 젠더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앞으로 핵심적으로 추진할 성 평등 목표와 부처별로 추진할 실행 목표도 논의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제 추석인데 여성의 명절증후군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해법이 있나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여가부가 던진 ‘독박 육아’ ‘전투 육아’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육아뿐 아니라 가사 분담도 중요합니다. 이런 것이 안 되면 여성이 일자리를 갖기도 힘들지요. 그래서 이번 추석 명절 때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하자’는 캠페인을 준비했습니다. 또 추석이 아니어도 저출산과 직접 연관된 것이 일자리입니다. 전국적으로 출생률이 가장 높은 곳이 전남 나주고 다음이 세종시입니다. 직업의 안정성과 출산율이 연결돼 있다는 겁니다. 그다음이 직장 문화 형성인데 가장 중요한 게 노동 시간 줄이기입니다. 준비하는 사람, 즐기는 사람이 따로 없이 같이 준비하고 같이 쉬는 명절, 함께 해야 진짜 행복한 추석이죠.”

이번 추석에는 정 장관이 5명의 남성 장관들을 압박해 만든 이색 캠페인이 선보였다. 김동연 부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김영춘 해양수산부·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모델로 떼밀었다. 이들에게 앞치마를 두르게 하고, 요리용 오븐 장갑·설거지용 빨간 고무장갑을 낀 채로 영상에 출연시켜 ‘추석 명절을 성 평등하게 보내자’는 대국민 응원 영상을 만들었다. 동영상은 KTX·SRT 객차에서 방영된다.

―가족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지만, 가족별·세대별로 정서나 의식에서 편차가 심한 것 같습니다.

“제가 서구에서 오래 산 경험상 보면,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가족 관계도 합리화됩니다. 민주적인 시민의식과 관련돼 있죠. 시부모와 며느리의 관계, 사위와 처가의 관계가 굉장히 합리적입니다. 우리는 이런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고요. 보건복지부가 가족기본법을 새로 마련하게 되면 다양한 가족 형태에 맞춰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식으로 가게 됩니다. 변형된 가족 형태도 가족관계 민주화와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가부의 성 평등 정치는 민주주의로 가는 정치이기도 합니다. 작은 실천이지만 주말을 쉴 수 있게 한다든지 하는 게 일·가정 양립으로 가는 작은 프로세스입니다. 이런 게 모이면 사회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추석 때 반짝 가사분담보다 중요한 게 일상적인 가사분담의 제도화 아닐까요.

“무엇보다 출산·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가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요소가 되고 있어요. 경단녀를 예방하기 위해 여가부가 집중적으로 하는 게 새일센터입니다. 30대가 버티다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그만두고, 다 기르고 나면 저임금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이런 경단녀를 예방하고 경단녀의 취업훈련을 지원하는 새일센터가 전국에 150개 있습니다. 경단녀 중에 고학력 여성도 많아 정보기술(IT)이나 고부가 직종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 창업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경단녀에 대한 진단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2005년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법을 제정한 이래 10년 넘게 15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해결은커녕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1.03명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저출산 문제는 10년간 100조 원을 썼는데도 해결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다.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정 장관은 저출산의 근본적 해결 방안으로 “성 평등 관점의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원인 진단과 해법의 1순위로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의 안정적 유지를 강조했다. 정 장관은 “주요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성 평등을 기반으로 여성고용률이 높은 국가들이 출산율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출산 문제의 핵심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여성운동단체 대표를 할 때는 보육서비스가 완벽해지면 저출산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보육보다 기본적인 원인은 일자리, 경력단절 문제 등인 것 같습니다. 의식·문화의 변화가 중기 과제라면, 단기적으로는 여성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해줘야 합니다.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노동 조건도 중요합니다. 현재 공무원도 휴가의 절반을 못 쓰고 있어요. 성 차별적인 임금 해결도 중요합니다. 직장 여성들은 월급이 보육비보다 더 적으면 그만둡니다. 여성의 책임으로만 여겨지던 ‘돌봄’에 대한 남성 참여와 국가적 지원도 더 강화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보육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합니다. 현재 복지부가 보육을 맡고, 교육부는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초등학교 2학년까지만 해줍니다. 초교 3∼6학년은 어디를 가느냐가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여가부가 하는 정책이 초교 3∼6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아이돌보미서비스와 공동육아나눔터입니다. 아이돌보미서비스는 새 정부 들어 예산을 확보해 연간 480시간을 600시간까지 늘렸습니다. 아이돌보미 수당은 현재 최저임금 수준인 시간당 6500원에서 내년에 7530원으로 올리기로 했어요. 공동육아나눔터는 지금 149개소인데 계속 늘려갈 계획입니다. 결국 저출산은 문제 있는 부분만 해결하면 되는 단편적 사안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일자리 문제, 성차별적 노동구조, 장시간 근무문화, 가부장적 전통 등 사회문화 전반의 근본적 변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사회적 가치의 변화도 한 요인이 아닐까요. 비혼을 선택하거나 아이를 낳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늘고, 부모 모시기에 대한 가치도 변하고 있는데요.

“제가 독일에서 오래 살았는데 동양이 서양보다 더 공동체적인가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입니다. 동양은 가족 이기주의는 발달한 반면, 청년이나 노인이나 공동체 생활은 잘 안 됩니다. 주거유토피아 책을 쓰면서 인터뷰를 했는데 드는 생각이 노인 문제도 자식과 꼭 공동체를 형성하기보다는 노인들끼리 공동체를 형성하면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 그런 문화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요. 부러울 것 없는 여성 노인이 자식들이랑 안 살겠다면서 주거공동체에 들어가는 경우도 주변에서 봅니다. 전통적인 3대 가족공동체냐, 또래끼리 같이 사는 공동체냐, 형태가 다양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성혐오, 남성혐오 등 성별 갈등 문제가 심각한데 해결책은 없습니까.

“여혐에서 중요한 것이 ‘여성이 남성의 파이를 뺏는다’고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이런 부분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으면 기형적인 형태로 나타나고요. 여가부가 우리 사회를 향해 ‘말 걸기’를 해야 하는 지점입니다. 이 문제는 사회·경제·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부돼 있습니다. 남성의 불안정한 경제적 위치에 따른 역차별 의식, 남녀지위 변화에 따른 심리,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적 기대 등에 기인하지요. 근본적인 해법은 성 평등 의식과 문화 확산입니다. 여가부는 성 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남성 참여에 주목합니다. 2014년부터 전개되고 있는 ‘유엔 여성 성 평등 계획 2014∼2017’의 ‘히포시(HeForShe) 캠페인’은 이러한 문제 인식 아래 이루어지고 있는 새로운 접근입니다. 우리도 최근 사회 각 분야 남성 45명으로 ‘성 평등 보이스’가 구성됐습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성차별 인식 개선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넓혀갈 예정입니다.”

―갈수록 데이트폭력, 학교폭력,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데이트폭력, 불법 몰카 촬영과 유포 등 새롭게 대두하고 있는 젠더 폭력을 비롯해 청소년들의 폭력문제까지 모두 기본적으로 인권의식이 없는 데 따른 결과입니다.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에 반응하는 인권 감수성이 사회 전반적으로 잘 발달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어린 시절 학교와 가정에서 인권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가부는 피해 청소년·가해 청소년 모두 ‘위기의 청소년’으로 보고 지원체계를 검토해 사각지대가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려운 청소년들을 찾아가 발굴하고 도와줘 사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상담채널인 ‘청소년 1388’ 운영과 함께 ‘찾아가는 거리상담사’를 30명에서 300명으로 늘리고자 합니다.”

―한·일 간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한 객관적 조사를 하고 박물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했는데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12·28 합의 자체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의 입장은 어느 정부든 대등한 ‘한국 정부’가 한 일이라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합의에 문제가 있더라도 투트랙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또 위안부 박물관과 연구소 설치는 체계적 조사·연구 기반 구축이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일본은 관련 자료를 굉장히 많이 모아놓고 있는데 우리는 자료가 흩어져 있고, 개인이나 단체별로 쥐고 있습니다. 이를 체계적으로 모아 집결하는 작업을 새 정부가 해야 합니다.”

100여 분간의 인터뷰에서 느껴진 바는 정 장관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고 높다는 점이다. 특히 헌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성 평등과 양성 평등의 개념 설정부터 해결이 쉽지 않은 충돌이 예고돼 있다. 정 장관에게 성 평등 담론은 국가생존·경제발전·민주주의 발전의 동력과 직결돼 있지만, 일각에서는 ‘동성혼 합법화 의도’라는 주장까지 펴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헌법 제36조 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돼 있다. 설득과 조정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jupit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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