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장기 연휴에도 ‘북핵 해법’ 도출 행보 가속

틸러슨 美 국무, 오늘 방중
양제츠·왕이 등 회담 예정

트럼프, 11월 3∼14일 한중일 순방
한반도 정세 중대 고비될 듯

한국과 중국이 각각 추석과 국경절 장기 연휴에 들어갔지만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2주년을 앞두고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으로 긴장감이 높은 가운데 북핵 해법 도출을 위한 주변국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핵 문제 논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 의제 조율을 위해 30일 중국을 방문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북핵 의제 등을 포함한 한·중·일 등 첫 아시아 국가 순방 일정을 확정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중에서는 북핵 폐기 목표를 위한 미·중간 대북 제재 공조 강화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여 이번 순방은 한반도 정세 변화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30일 인민일보 해외판인 해외망(海外網)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3월에 이어 이날 두 번째 중국을 방문하는 틸러슨 장관은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만나 북핵과 무역문제 등 양국 주요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 일정(11월 3일∼14일)이 확정됨에 따라 방중 일정과 의제 등에 대해서도 사전 조율한다. 틸러슨 장관은 방중 둘째 날인 다음 달 1일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을 예방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북핵 문제가 이번 방문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면서 “이와 동시에 틸러슨 장관의 방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앞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3∼14일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5개국을 순방한다고 29일(현지 시간)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국가 순방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중·일 방문에 이어 필리핀에서 열리는 미국-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베트남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도 각각 참석할 계획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 목적에 대해 “북한의 위협에 맞서는 국제적 결의를 강화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으로 북핵 문제 해법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최근 대북 제재 공조 움직임이 확연한 미국과 중국이 더욱 강력한 대북 압박 조치에 합의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5호가 통과된 이후 북한 석유제품에 대한 금수 조치를 단행했고, 자국 내에 북한이 설립한 기업들에 대해 120일 내에 폐쇄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이번 틸러슨 장관 방중을 계기로 북한을 확실하게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할 수 있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과 같은 보다 강력한 제재에 공감할 수 있을 지가 향후 북핵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다.

미·중간 대북 제재 공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한 상원 의원은 중국의 대형은행 5곳이 북한 미사일 부품 제조사들을 지원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 속기록에 따르면 조 도널리 상원의원(민주·인디애나)은 28일 열린 은행위의 대북제재 이행 청문회에서 “우리는 일부 북한 미사일에서 부품을 얻을 수 있었다”며 “우리는 이 부품을 누가 만들었는지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의 친구와 동맹들을 겨냥한 미사일의 부품을 만든 회사에 자금을 지원한 5개의 중국 은행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