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막후 대북 채널 첫 공개했지만…“北, 비핵화 대화 무관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틸러슨 미 국무, 중국 시 주석과 회담 후
“북과 2∼3개 직접 채널 열어 대화 의사 타진”

벼랑 끝 대결 속 물밑 대화 모색
북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 여부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막후 대화 채널을 직접 가동하면서 북한이 대화 의사가 있는 지 타진하고 있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북한과 미국이 서로 험악한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첨예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북·미간 접촉이 사태 해결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 채널 가동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현재 비핵화 협상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미국의 인식이다. 또한 북·미간 접촉을 통한 북핵 협상 여지도 사실상 북한의 추가 도발 중단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향후 미사일 발사 등이 이어질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한층 고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30일 베이징(北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과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북한의 대화 의지를) 살펴보고 있다. 그러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 대화를 하고 싶은가’라고 묻는다. 북한과 소통 라인을 가지고 있다. ‘블랙 아웃’ 같은 암담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북한과 2~3개 정도의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그들과 대화할 수 있다. 우리는 그들과 대화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 행정부 고위 인사가 북한과 막후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 같은 대화 채널 유지 발언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파괴’ 발언, 북한 측의 미국 ‘선전 포고’ 주장 등으로 군사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된 미북 간 대치 상황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지 주목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는 11월 초 한·중·일 순방 전에 미국과 북한 간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테이블이 열릴 지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접촉은 북한의 대미 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성 미국 국장과의 채널, 억류된 미국인 송환을 위해 방북했던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박성이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와의 채널 등 뉴욕 채널, 제3국에서의 ‘반관반민(半官半民)’ 1.5트랙 채널 등이 가동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한도 겉으로 드러나는 대미 강경 기조와 달리 막후에서는 미국과의 접촉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북측이 미국과 대화하려고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닌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접촉이 나름대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북한이 더 이상의 추가 도발을 해서는 안된다는 게 미국의 기본 전제이다. 틸러슨 장관은 이에 대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멈추면 상황이 많이 진정될 것이다”라며 “모든 이들이 사태 진정을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 간 대화 채널 가동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30일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 현 정권 붕괴 촉진, 체제 변화 추구, 한반도 통일 가속화, 비무장지대(DMZ) 이북 군사력 동원에 관심이 없다는 확언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자들은 그들이 비핵화 대화에 관심이 있다거나 준비가 돼 있다는 어떠한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북핵 폐기 등을 위한 한반도 비핵화 협상보다는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뒤 대미 협상을 벌이려는 것 아니냐는 미국의 의구심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틸러슨 장관은 30일 중국에 도착,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잇달아 만나며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오는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베이징을 찾은 틸러슨 장관은 이틀간의 일정 동안 방중 의제 조율과 북핵 문제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