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에 기대는 아베…곳곳 “사퇴하라” 외침에 난처

10·22 유세마다 사학 스캔들로 “물러나라” 구호
자민당, ‘한반도 유사시 일본인 대피’ 안보 불 지피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0·22 총선 유세 현장에서 사퇴 요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안보 이슈 불 지피기에 안간 힘을 쓰고 있다. 북풍(北風)에 힘입어 최근 지지율이 오른 아베 총리는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 체류 중인 일본인 대피 계획을 총선 공약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총재인 아베 총리가 지난 7일 지바(千葉)현 거리 연설 중 핵미사일 도발을 거듭하는 북한에 대한 압력 강화 필요성을 역설하는 순간 일부 청중들이 “아베!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그는 인근 가시와(柏)역 유세에서 “매우 어려운 선거로 우직하게 성의를 갖고 정책으로 승부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하던 중에도 청중 30여명으로 부터 “모리토모(森友), 가케(加計)학원 문제에 대해 해명하라”는 외침을 들어야 했다.

이번 10·22 총선에서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惠)여사가 이들 학원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이른바 ‘사학 스캔들’은 아베 총리의 운명을 좌우할 핵심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아베 총리가 연루 사실을 발뺌하면서 그의 지지율은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지난 7월 21~23일 여론조사에서 26%까지 곤두박질했다.

아베 총리는 유세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비판하고 대북 대화보다는 대북압박과 제재 강화를 강조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자민당이 한반도 정세가 긴박해질 경우를 상정해 한국에 체류중인 일본인 구출 및 피난을 위한 대책 강화안을 총선 공약에 담은 것도 안보 이슈를 강조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파악된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은 총선공약 안보 항목에서 2015년 9월 국회를 통과한 안보관련법에 따라 외국에서 전쟁·테러 등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자위대의 일본인 구출을 하나의 사례로 제시했다.

자민당의 안보 분야 전문 의원은 도쿄신문에 “한반도에서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에 있는 일본인을 (자위대가) 구출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안보관련법에는 긴급사태 발생지역에서 일본인을 구출할 때 무장집단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항은 한반도에 일본 무장병력이 파견되는 상황인 만큼 한국 정부와의 마찰 요인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제교 기자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