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증가액 75%는 반도체·휴대전화 몫… 투톱 편중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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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영업익 합계 49조원
작년보다 16조원 이상 늘어
반도체·휴대전화가 12조원
“투톱에 기대면 불안정 계속
규제 완화로 집중 해소해야”

국내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와 휴대전화 업종 기업의 영업이익이 1년 사이에 두 배 넘게 늘어나면서 전체 영업이익 증가액의 75%를 차지하는 등 한국 산업계의 특정 업종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1년 동안 대폭 증가했지만 늘어난 이익 대부분이 반도체·휴대전화 등 이른바 ‘투 톱(two top)’ 업종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주력 종목 외 산업군의 경쟁력 약화와 ‘포스트 반도체’ 부재 등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문화일보가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251개 상장사 대상 복수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 합계는 올해 3분기 49조93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조5900억 원보다 16조3400억 원(48.7%)가량 크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영업이익 상승분의 대부분은 일부 업종에 크게 집중됐다. 우선 반도체 및 관련 장비 분야의 영업이익이 지난 3분기 추정치 기준 4조600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 9000억 원에서 3조1600억 원(352.2%)가량 대폭 늘어났다. 휴대전화 및 관련 부품 분야의 영업이익 또한 같은 기간 5조2300억 원에서 14조3800억 원으로 9조1500억 원(174.7%)이나 늘어났다.

이로써 이들 분야 영업이익의 비중은 지난해 3분기 251개 상장사 영업이익 중 18.2%에서 1년 만에 36.9%로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전체 증가액 16조3400억 원 중 두 업종이 차지하는 액수만 12조3100억 원으로 약 75.3%나 된다. 또 매출액 기준으로 봐도 두 업종은 지난해 3분기 13.4%, 올해 2분기 15.7%, 올해 3분기 16.1% 등으로 계속해서 실적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이처럼 특정 분야에 편중된 최근 우리나라 경제 성장세는 경제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두 업종의 호황에만 의존하면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추석 연휴 이후 다양한 업종의 ‘혁신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지만, 과감한 규제 완화 등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유효상 차의과학대학 경영대학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은 특정 분야 집중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며 “당장 현장에서 필요한 규제 완화 등 시급한 사안에 대한 대응도 내용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