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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태균의 푸드 X파일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10일(火)
가을에 음식 속담이 많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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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오곡(五穀)이 여무는 풍요의 계절이다. 가을에는 인심·먹거리뿐 아니라 속담도 ‘풍년’이다.

대구교육대 사회교육과 김상규 교수가 2013년 ‘한국경제교육학회’지에 발표한 논문(계절 관련 속담을 통한 경제교육 활용 방안)을 보자. 여기서도 가을이 ‘속담의 계절’임이 확인된다. 김 교수가 조사한 계절 관련 속담은 모두 95개였다. 이 중 가을을 소재로 한 속담이 34개(35.8%)로 단연 1위였다. 다음은 겨울·여름·봄 순이었다.

김 교수는 “가을 관련 속담이 가장 많은 것은 조상의 최대 관심사가 추수에 따른 수확물이었기 때문”이며 “여름·봄 관련 속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씨를 뿌리고 작물이 자라는 기간이어서 농사일에 바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을을 소재로 한 속담엔 우리 선조의 지혜·정서·관찰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을 들판이 딸네 집보다 낫다’ ‘가을 들판이 어설픈 친정보다 낫다’ ‘가을비는 떡비요, 겨울비는 술비다’는 가을의 풍요로움을 보여준다. ‘가을 들판엔 대부인 마님도 나섰다’ ‘가을 들판엔 송장도 덤빈다’ ‘가을엔 부지깽이도 저 혼자 뛴다’는 가을의 바쁜 일상을 나타낸다. 가을 날씨의 변덕을 꼬집는 속담도 있다. ‘가을 날씨 좋은 것과 늙은이 기운 좋은 것은 믿을 수 없다’ ‘가을장마에 다 된 곡식 썩힌다’ 등이다.

‘보은 아가씨 추석비에 운다’는 추수철인 가을에 오는 비는 결코 반갑지 않다는 뜻이다. 가을비가 내리면 대추 농사를 망치기에 십상이어서 나온 속담이다.

먹거리와 관련된 가을 속담을 기억하면 여름 더위로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가을 속담을 활용한 식보(食補) 여행이 가능하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생선은 전어와 고등어다. 평소 생선에 관심이 적은 사람도 ‘가을 전어’는 안다. ‘가을에 전어를 구우면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의 맛이 기막히다는 의미다. 9∼11월 초에 잡히는 전어는 살이 통통하고 비린내가 적으며 뼈가 무르고 맛이 고소하다. 가을 전어 맛의 비밀은 풍부한 지방에 있다. 가을 전어의 지방 함량은 봄 전어의 거의 세 배다. ‘가을 전어의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이란 구전은 이래서 나왔다.

‘가을 고등어와 가을 배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는 둘 다 가을에 맛이 절정이어서 ‘미운’ 며느리 주기가 아깝다는 속담이다. 고등어는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에 먹이를 양껏 먹는다. 지방 함량이 20% 이상이다. 배는 사과와 함께 대표 가을 과일이다.

‘가을 새우는 굽은 허리도 펴게 한다’는 노인의 굽은 허리를 펼 만큼 가을 새우의 맛이 뛰어나다는 것을 비유한 속담이다. 가을 새우가 굽은 허리를 교정해주진 못하더라도 뼈 건강에 이로운 것은 사실이다. 칼슘이 멸치 못지않게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다.

‘가을 아욱국은 마누라 내쫓고 먹는다’와 ‘가을 아욱국은 사립문 닫고 먹는다’는 둘 다 아욱 예찬이다. ‘가을 상추는 문 걸어놓고 먹는다’는 상추가 여름이 아니라 가을 채소임을 보여준다. 가을 상추가 맛이 있다고 해서 대학 입시를 목전에 둔 수험생에게까지 권장하긴 힘들다. 줄기 부위에 수면·진정 성분이 다량 들어 있어서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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