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노래·탭댄스… 훈련 너무 빡세서 화장실 가서 울기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 역을 맡은 아역 배우 5명이 서울 중구의 연습실에서 공연의 한 동작을 선보이기 위해 힘차게 뛰어오르고 있다. 왼쪽부터 에릭 테일러, 성지환, 김현준, 천우진, 심현서 군. 신창섭 기자 blue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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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습현장서 만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주연 10代 5명

꿈 이루는 꼬마 발레리노役
매일 6시간씩 연습 구슬땀
“살 빠지고 근육량 6㎏ 늘어”

“동작 잘 안 나올 때 힘들어
내달 첫 무대… 감동 줄 것”

‘기적의 소년’.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 가난한 노동자 계급의 가정에서 태어나 어렵게 발레리노의 꿈을 이루는 동명의 영화 속 주인공 ‘빌리 엘리어트’에게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다. 오는 11월 한국에서는 5명의 ‘기적의 소년들’이 영화 스크린이 아닌 뮤지컬 무대로 쏟아져나온다. 200명의 오디션 지원자 중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역, 빌리 역으로 낙점된 천우진(14)·김현준(13)·성지환(12·오른쪽 사진)·심현서(10)·에릭 테일러(10·왼쪽) 군.

기적은 우연이 아니라 눈물과 땀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배우들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서울 중구 다산동 뮤지컬연습장, 최근 이곳에서 만난 어린 빌리들은 점심 직후부터 저녁까지 진행되는 각종 무용·노래 수업을 받기 위해 일찌감치 대기 중이었다. 2016년 4월부터 3차례 오디션을 거쳐 순차적으로 빌리 역에 합류한 아이들은 주6일 하루 6시간씩 발레·애크러배틱·탭댄스·노래·필라테스 등 각종 수업을 받으며 성장했다.

혹독한 ‘빌리스쿨’을 경험한 현준은 “연습하느라 살이 빠지고 근육량은 6㎏이나 늘었다”고 말했다. “6학년이 되고 나서 뮤지컬 연습 때문에 학교 현장학습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어요. 근데 연습이 재미있어서 학교 공부가 오히려 방해꾼 같아요.”

이들이 철저한 훈련과정을 거치는 것은 발레리노를 꿈꾸는 빌리 역이 다방면의 능력을 요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섬세한 발레 동작과 파워풀한 애크러배틱 동작을 동시에 소화하면서, 영화와 달리 노래를 통해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2시간 40분여의 공연 동안 필요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나이가 어린 에릭과 현서는 따로 복싱수업도 받았을 정도.

특히 태권도 시범단 활동을 했던 지환과 TV 드라마 및 광고에 출연했던 에릭은 빌리 역을 맡기 전 춤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 고생이 더욱 심했다. 공연 중에는 앞돌기, 옆돌기는 물론 공중돌기까지 고난도 동작들이 곳곳에 등장해 부상의 위험까지 있지만 아이들은 “어려운 동작을 해냈을 때 쾌감 때문에 연습을 쉴 수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5명 중 유일하게 발레를 배웠던 현서는 “어릴 때 학원에 가면 저만 남자아이라 놀림을 받곤 해 영화 속 빌리를 보고 저랑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며 “그토록 꿈꾸던 빌리 역을 하게 된 만큼 무대가 끝나도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보송한 얼굴 뒤로 ‘짠내 나는’ 추억을 공유한 아이들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자기 자신이고, 가장 큰 친구는 또 다른 빌리들이었다. “가끔 내가 생각하는 대로 동작이 나오지 않으면 ‘소질이 없나 보다’라는 생각에 우울해질 때가 있어요. 그럼 그걸 이해하고 같이 울어주는 사람들이 빌리 형들밖에 없거든요. 우리끼리 화장실 가서 문 잠그고 같이 울다가 회의한 적도 있어요.”(지환)

무대가 한 달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어린 빌리들의 들뜬 얼굴에는 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얼마 전 일본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보고 왔는데, 제가 그렇게 심각하게 뮤지컬을 본 건 처음이에요. 감정이입이 되면서 무대에서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 걱정되더라고요. 그래도 벌써부터 저희 공연에 응원 댓글들이 달린다고 해서 힘이 나요.”(현준)

“저희가 경쟁 안 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무대 위에 올라가면 서로가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에요. 함께 울고 웃으며 준비하지만 무대 위에서만큼은 내가 제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다들 지금 하고 있을 거예요.”(지환)

“무대 위 빌리는 다 각자 개성이 있어야 돼요. 안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요.”(에릭)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