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희 감독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좋아할 영화 만들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산나물 처녀’ 김초희 감독

홍상수의 프로듀서에서 변신
“아이가 놀이에 빠지듯 제작
일기도 시나리오 형태로 써”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더 많은 걸 느끼게 한다고 생각해요.”

지난달 25일 폐막한 제2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상영된 단편 영화 ‘산나물 처녀’를 연출한 김초희(사진) 감독은 “아이가 놀이에 빠지듯 영화를 만든다”며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영화가 주제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 겹겹이 장면을 쌓아가지만 나는 아직 그렇게 표현하는데 서투른 것 같다”며 “모든 사람이 다 만족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만든다”고 소개했다.

이 영화는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렸다. 외계에서 남자를 찾기 위해 지구로 온 순심(윤여정)이 산골에서 나물을 캐며 사는 달래(정유미)와 만나 사냥꾼에게 쫓기는 사슴(배우람)을 구해준 후 사슴의 안내에 따라 하늘에서 내려온 남자 천사 리차드(안재홍)와 찰스(정다원)의 날개옷을 훔쳐 그들과 함께 사는 내용을 담았다. 김 감독은 내레이션도 직접 맡아 구연동화를 들려주듯 영화를 풀어냈다.

이 영화는 김 감독이 만든 여덟 번째 단편이다.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영화이론을 전공하며 4편을 만들었고, 한국에 와서는 홍상수 감독의 제작사인 전원사에 프로듀서로 들어가 3편을 더 찍었다. 홍 감독의 영화에는 ‘프로듀서 김경희’라고 본명으로 크레디트가 나갔으며 자신의 작품에는 ‘감독 김초희’라고 오래전부터 집에서 부르던 이름을 쓴다.

지난 2015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 참여한 후 전원사에서 나온 그는 “‘산나물 처녀’는 어려움이 찾아와도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는 다짐을 표현한 작품”이라며 “선남들에게 씌었던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진 후 산나물 처녀들은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를 과장되게 큰달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는 홍 감독 영화에 매번 등장하는 술자리 장면이 나온다. 김 감독에게 “홍 감독의 영향을 받은 거냐”고 말을 건네자 “안 받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세히 보면 홍 감독님 영화의 술자리 장면과는 다르다”며 “소주와 맥주가 테이블에 가득 차있지 않나. 과장을 통해 의외성과 재미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일기를 시나리오 형식으로 쓴다는 김 감독은 “글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훈련”이라며 “장편 시나리오도 한 편 써놨다. 앞으로 7년 정도 열심히 영화를 만들어보고 안 되면 영화 일을 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