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4만 아이슬란드의 기적’… 사상 첫 월드컵 진출

러월드컵 유럽예선 I조 1위… 도봉구보다 인구 적은 나라
동토에 실내축구장 건설… 7년새 FIFA 랭킹 112→22위

아이슬란드가 월드컵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아이슬란드는 10일 오전(한국시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라우가르달스볼루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 I조 10차전에서 코소보를 2-0으로 꺾었다. 아이슬란드는 이로써 7승 1무 2패(승점 22)가 돼 크로아티아(6승 2무 2패·승점 20)를 제치고 조 1위를 확정하며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올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이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인 4500만 파운드(약 677억 원)에 영입한 길피 시구르드손이 승리를 이끌었다. 시구르드손은 전반 40분 수비수를 제친 후 페널티 지점에서 슈팅,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23분에는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려 요한 구드문드손(번리)의 골을 도왔다.

치과의사 출신인 헤이미르 할그림손 아이슬란드 감독은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정말 이상한 일이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의 전체 인구는 약 34만 명으로 서울시 도봉구(35만 명)보다 적다. 역대 월드컵 본선 참가국 중 인구가 가장 적었던 트리니다드토바고(130만 명)보다 훨씬 적다.

게다가 아이슬란드는 여름 평균 기온이 13도밖에 안 되는 동토이고, 국토의 80%가 빙하 및 용암지대로 이뤄졌다. 야외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4개월에 불과하고, 국내엔 프로리그가 없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프로축구 선수(120여 명)보다 화산(126개)이 더 많다.

척박한 환경을 극복한 건 20여 년 전 시작된 국가 차원의 사회 복지 프로그램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아이슬란드 매체 아이슬란드 리뷰에 따르면 1990년 초반까지 아이슬란드의 청소년 약물 남용과 흡연율 등은 유럽 최고 수준이었다. 청소년 비행을 해결을 위해 아이슬란드 정부는 1998년 동네마다 스포츠센터와 체육관을 짓고 청소년에게 체육 활동을 권장했다. 그 결과 청소년들의 일탈은 크게 줄었고, 청소년 스포츠 인구는 대폭 늘었다. 경제 상황이 개선된 것도 아이슬란드 스포츠의 비약적인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 아이슬란드 리뷰는 “실업률이 눈에 띄게 낮아지면서 엘리트 스포츠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뒤에도 직업을 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인구가 적은 아이슬란드에서 엘리트 스포츠가 활성화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국가가 주도한 사회 시스템 덕분”이라고 전했다. 시구르드손을 비롯한 아이슬란드 대표팀은 1988∼1993년생으로, 국가가 주도한 사회 복지 시스템의 혜택을 누리며 성장했다.

특히 2000년부터 실내축구장을 건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기와 조직력을 다듬을 수 있게 되면서 아이슬란드 축구는 잠재력을 꽃피웠다. 2007년 사상 처음으로 17세 이하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본선에 진출하더니, 지난해에는 역시 사상 처음으로 출전한 유럽축구선수권에서 8강까지 올랐으며 올해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기적을 연출했다. 아이슬란드는 7년 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12위였지만 지금은 2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한편 이미 G조 1위를 확정한 스페인은 이스라엘 원정에서 1-0으로 승리하고 유럽예선을 무패(9승 1무·승점 28)로 마무리했다. 같은 조의 이탈리아는 알바니아를 1-0으로 제압했지만 7승 2무 1패(승점 23)로 스페인에 밀려 다음 달 열리는 플레이오프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게 됐다.

유럽에선 9개 조(54개국)의 1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2위 중 상위 8개국이 플레이오프를 치러 4개국이 본선에 합류한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