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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10일(火)
공짜보다 ‘적정 가격’이 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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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경제평론가, 前 한국재정학회장

추석을 전후로 사흘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무상복지 확대 정책의 일환이다. 그런데 자동차를 이용해 고향 가려던 사람들은 처음엔 감사함을 느꼈지만, 결국엔 그 마음이 ‘불만’으로 변질됐다고 한다. 통행료가 면제되자 교통량이 역대 최대로 늘었기 때문이다. 극심한 교통 혼잡에 지친 사람들은 통행료 면제정책에 불만을 토로했다. ‘공짜’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단순한 사고가 이 같은 ‘불행’을 낳은 것이다. 선의로 시작된 ‘공짜정책’으로 인해 자동차로 고향 가는 많은 사람이 불편한 추석을 경험했다.

고속도로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고속도로 이용객들이 통행료를 지불하는 것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공평하며 효율적이다. 통행료는 또 수요를 조절하는 기능도 한다. 교통량이 제한된 고속도로는 수요를 조절해야 원활한 차량 흐름이 가능하다. 수용 가능한 교통량보다 더 많은 차가 몰리면 고속도로 이용자 모두가 불편해진다. 특히, 추석처럼 최대 수요가 몰리는 기간에는 원활한 차량 흐름을 위해 통행료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명절의 경우 통행료 공짜를 시행해 추가 수요가 발생했고, 그에 따른 교통 혼잡이 가중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제 현상이다.

흔히들 무상복지를 선(善)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물론 저소득층과 같은 특정 계층을 지정해 무료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지불 가능한 것도 공짜로 바꾸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지난 8월 발표된 보장성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정책도 마찬가지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항목을 공짜로 만들면 당장은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부작용이 더 크다.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등 고급 진료 항목이 공짜가 되면, 이에 대한 수요가 급작스럽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고심해서 검사받았던 항목이 공짜가 되면 필요하지 않아도 일단 이용해 보는 게 사람 심리다. 무료 통행으로 극심한 교통 혼잡이란 역습(逆襲)을 경험했던 것처럼 앞으로 MRI, 초음파 진단을 위해 몇 달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는 5년 동안 30조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했지만, 계산하지 않은 추가 발생 환자들로 인해 건보 재정이 얼마나 악화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현 정부와 정책 기조를 같이했던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무상복지 확대를 추진했다. 우리는 이미 그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 먼저, 지난 2006년, 5세 이하 영유아의 입원비를 무상으로 확대했다. 이는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따뜻한 정책이었지만, 이후 입원 영유아의 증가로 심각한 재정적자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입원비의 10%를 본인 부담으로 바꿈으로써 적자를 해결했다. 늘어난 수요를 ‘가격’으로 조정한 것이다.

또 하나의 예로, 2007년 시행된 국립공원 입장료 무료 정책이 있다. 정부의 따뜻한 배려로 모든 국민에게 국립공원을 무료로 개방한 정책이다. 이로 인해 공원 이용자가 증가했지만, 공원 내 ‘위법행위’도 전년 대비 2배로 증가했다. 그로 인해 공원의 관리비용도 그만큼 늘어났고,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그 비용을 메워야 했다.

무언가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항상 좋은 건 아니다. 꼭 필요한 사람에겐 일정한 가격을 지불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그 재화(財貨)의 가치를 알게 된다. 그러지 않으면 해당 재화에 대한 가치도 공짜로 생각하고, 소중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정부가 무료로 만듦으로써, 수요자가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싸구려 재화가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재화 비용이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재화는 좀 더 필요한 사람이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추석 전후 사흘 동안 통행료 면제에 대해 많은 이용자의 불만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도로공사 입장에서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추석 대목에 한 푼의 통행료 매출도 올리지 못했다. 높은 부채율을 가진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수익 창출을 통해 부채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런 모든 부담은 결국 세금이 돼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공짜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가격만이 수요를 조절할 수 있다. ‘공짜’보다는 적당한 ‘가격’이 세상을 더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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