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는 대리戰”… 소설가 한강 美기고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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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 원인 트럼프 꼽아
北 핵무기 위협은 언급도 안 해
靑은 페이스북에 자세히 소개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던 소설가 한강(사진)이 뉴욕타임스(NYT) 선데이리뷰에 기고한 글이 한국과 미국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반도 위기 상황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한국전쟁을 강대국 간의 ‘대리전(proxy war)’으로 표현하고 한국전쟁 당시의 ‘노근리 학살 사건’을 언급하며 미국의 전쟁 책임을 묻는 듯한 논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작가는 8일(현지시간)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While the U.S. Talks of War, South Korea Shudders)’는 제목의 글을 NYT 오피니언 칼럼면에 게재했다. 이 기고문은 이날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가장 많이 읽히고 논쟁의 중심에 오른 글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NYT는 9일 “한국인들이 평화를 강하게 갈망하고 있다는 점을 다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글이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강이 한국전쟁을 이웃 강대국의 대리전으로 평가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박이 이어졌다. 워싱턴DC의 한 네티즌은 “한국전쟁을 촉발한 것은 명백히 남한을 침략한 북한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그의 글에 공감하지만, 한국의 우방인 미국에 앞서 도발을 일삼는 김정은 체제를 먼저 비판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국내의 네티즌들도 한반도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인 북한 정권의 핵 도발은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이 전쟁 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처럼 논지를 전개한 것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 땅에서 죽어 간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의 젊은 넋들을 기리는 작품 한 편 쓰지 않고 말하는 평화는 위선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 작가는 영국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가 영어로 옮긴 기고문에서 “한국전쟁은 이웃 강대국들에 의해 한반도에서 벌어진 대리전쟁이었다”고 규정한 뒤 “수백만 명의 사람이 그 잔인한 세월 동안 도살당했다”고 서술했다. 한 작가는 “최근에야 공식적으로 우리 동맹국인 미국 육군이 남한 시민들을 학살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한국전쟁 당시의 노근리 학살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미군이) 남한 사람들을 위엄 있는 인간으로 인식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었다”고 주장하며 “70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얘기들이 미국 뉴스에서 들리고 있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는 8일 페이스북에 한 작가의 NYT 칼럼을 싣고 자세히 소개했다.

김인구·김충남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