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하면서 수출은 하겠다고?… 정부 ‘이중행보’ 논란

유럽에 한국型 수출 청신호
“원전 필요성 인정안하는데
발주국 신뢰얻을 수 있겠나”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우수한 한국형 원전의 해외 수출길이 근본적으로 차단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탈원전과 별개로 원전 수출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양립하기 어려운 정책으로 ‘이율배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유럽 수출형 원전인 EU-APR가 유럽 사업자 요건 인증 본심사를 통과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전날 한수원은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유럽 인증 요건에 맞춘 EU-APR가 본심사를 통과하는 쾌거를 거뒀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원전 수출이 국가적 사업이고 역대 정부가 선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산업부가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을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원전 건설에 대해 한국의 기술을 저평가하던 유럽마저도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한국의 원전 기술력을 인정했는데도, 정부가 애써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원전을 선언한 정부가 원전 가동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국익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원전 수출 사업은 지속한다”고 밝히긴 했지만, 그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자국에서도 짓지 않는 원전을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태도 자체가 원전 수입국엔 불신을 줄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오전 백운규 장관 주재로 원전 공기업·수출금융기관·건설사 등 17개 기관이 참여하는 ‘원전수출전략협의회’를 개최했다. 산업부는 회의에서 세계 원전 수주 동향 및 주요국의 발주 현황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원전 수주 경쟁에서 우리 정부가 뒤늦게 움직인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체코·남아프리카공화국·사우디아라비아·영국 등 향후 원전 발주국에 한국 원전 기술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원전의 필요성과 안전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재열 한국원자력산업회의 부회장은 “정부가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발주국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