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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11일(水)
배추갈치국, 담백 시원 칼칼… 헛헛함 채워줄 시월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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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갈치국. 조림이나 구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갈치국은 생소한 음식이지만 제주도에서는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고급 향토음식이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가 지나니 확연하게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아이들과 수산시장에 가서 이 계절 몸에 기운을 주고 입맛을 돋울 만한 생선이 뭘까 기웃거리다가 갈치를 발견했다. 올해 20년 만에 갈치가 풍년이라고 한다. 정말 갈치 가격이 평소보다 많이 내려가 있어 기분 좋은 장보기를 마쳤다.

‘10월 갈치는 돼지 삼겹살보다 낫고 은빛 비늘은 황소 가격보다 높다’는 말이 있다. 갈치가 상당히 가치 있는 생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과거에는 갈치가 아주 흔한 생선이었던 만큼 가격도 저렴해 사람들이 갈치 귀한 걸 모르고 살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갈치 가격이 점점 오르더니 식탁에 자주 올리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귀한 몸’이 됐다.

갈치는 생김새가 기다란 칼 모양을 하고 있어 예로부터 ‘도어(刀魚)’ 또는 ‘칼치’라고 불렀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군대어(裙帶魚)’라 하고 속명을 ‘갈치어(葛峙魚)’라 기록하고 있다. 지금도 지역에 따라 갈치를 다르게 부르는데, 통영 지방에서는 ‘빈쟁이’라고 하고, 전라도 지역에서는 갈치 새끼가 풀잎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풀치’라고 한다.

갈치에는 은갈치와 먹갈치가 있다. 은갈치는 낚시로 잡기 때문에 상태가 좋아 은빛 비늘이 반짝이고, 먹갈치는 그물로 한번에 많이 잡으니 은분이 많이 떨어져 나가 빛깔이 좋지는 않다. 잡히는 양도 은갈치가 먹갈치보다 적다 보니 아무래도 먹갈치가 좀 더 저렴하다.

은갈치 낚시는 요즘 같은 가을철이 제맛이다. 몇 년 전 제주에서 은갈치 낚시를 한 적이 있는데, 갓 잡아 올린 은갈치 비늘은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고 아름다웠다. 갈치는 7월부터 11월 사이에 가장 많이 잡히며 갈치의 맛은 사계절 내내 거의 변함이 없다. 수많은 생선 중에서도 특히 살이 희고 부드러우며 지방이 많으면서 맛도 담백해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

게다가 갈치는 생각보다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 살아 있는 싱싱한 갈치는 회로 먹고, 갈치조림, 갈치찌개, 갈치국, 갈치튀김, 갈치소금구이나 갈치양념구이, 갈치절임 등으로 조리가 가능하다. 앞서 소개한 갈치 새끼인 풀치는 밑반찬용으로 활용된다. 갈치는 채소와 같이 섞어서 요리하면 특히 궁합이 좋다. 그래서 이번에는 갈치를 채소와 함께 조리해 국물요리로 내놓는 갈치국을 소개하고자 한다.

갈치조림이나 갈치구이에만 익숙한 사람이라면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갈치국은 제주도에서는 널리 알려진 향토음식이다. 귀한 손님이 오면 싱싱한 갈치로 국을 끓여 접대했다고 한다.

갈치국이라고 하니 비린 맛이 강할 거라는 선입견을 갖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싱싱한 갈치를 이용하면 비린 맛은 거의 느낄 수 없다. 다만 신선도가 떨어지면 갈치비늘에서 산패가 일어나 비린내가 심하므로 갈치를 구입할 때는 은분이 밝은지, 상하지는 않았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갈치는 손으로 크기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손가락 두 개 정도 두께는 2지, 다섯 개 두께는 5지라고 한다. 갈치국은 3지 정도 크기가 적당하다.

갈치국에 넣을 채소로는 배추와 늙은 호박이 제격이다. 배추는 95%가량이 수분이지만 식이섬유가 많아 정장작용을 하며 철분, 칼슘, 엽산, 비타민C도 상당히 많이 함유하고 있다. 늙은 호박에는 비타민A가 되는 카로틴과 비타민C, 칼륨, 레시틴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데, 특히 이뇨작용과 해독작용이 뛰어나다.

계절의 기운을 듬뿍 담은 가을배추와 늙은 호박을 큼직하게 썰어 싱싱한 갈치와 함께 끓여 내면 깔끔하고 담백하기가 이를 데 없다. 갈치를 평소 자주 접하는 구이나 조림이 아니라 보다 색다르게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시원하고 감칠맛 도는 배추갈치국을 추천한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만들어 보세요


재료(2~3인분 기준)

갈치 한 마리, 얼갈이배추 한 주먹 80g, 늙은 호박 180g(1컵 기준), 물 5컵, 청장(진하지 않은 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2작은술, 소금 1작은술,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갈치는 비늘이 붙은 상태에서 지느러미를 제거하고 내장을 뺀 다음 크게 토막을 내고 깨끗하게 씻어 손질한다.

2. 늙은 호박은 껍질을 벗겨 두께 2㎝, 길이 4㎝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준비하고 얼갈이배추는 깨끗하게 씻어 둔다.

3. 냄비에 물을 붓고 물이 끓어 오르면 호박을 넣고 호박이 어느 정도 익으면 손질한 갈치를 넣어서 끓인다.

4. 갈치가 거의 다 익으면 손질해 놓은 배추를 절반 자른 후 다진 마늘과 후추를 약간 넣은 뒤 청장과 소금으로 간하고 그릇에 담아낸다.



조리 Tip

1. 갈치는 오랜 시간 끓이면 맛이 떨어지므로 적당히 익히는 게 중요하다.

2. 호박을 가장 먼저 익히고 그다음 갈치, 얼갈이배추 순으로 익혀 준다.

3. 은갈치는 칼등으로 비늘을 벗긴 후 사용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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