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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11일(水)
4차 산업혁명과 어문정책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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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의 국립국어원장

언어는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언어가 있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에 우리는 사회를 구성하여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언어가 없는 사회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며 그 민족의 문화를 담고 있는 그릇이기도 하다. 어떤 민족이 어떤 언어를 수천 년간 사용하다 보면 자연히 그 언어 속에 그 민족의 문화가 녹아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언어는 한 민족의 의사소통 수단이기도 하고, 그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 주는 상징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그 민족의 문화를 담고 있는 그릇이기도 한 소중한 존재이다. 그래서 각 민족은 자기의 언어를 바르고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어문 정책을 수립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언어는 또 다른 차원에서 소중한 존재가 됐다. 언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그중에서도 언어 기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기계 번역의 기본 자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보기술(IT) 선진국들에서는 우선 자국의 언어 자료를 모으고 가공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언어 자료를 모아서 전산화한 자료를 말뭉치(언어 코퍼스)라 하는데, 한국은 이 말뭉치 구축 사업에서 선두 주자에 속하는 나라였다. 1998년부터 10년간 수행된 우리말 정보화 사업 ‘21세기 세종계획’에서 말뭉치 구축 사업이 시작됐고, 2억 어절의 말뭉치를 구축했다. 당시에는 일본이 우리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그런데 2007년 이후 우리말 정보화 사업에 대한 예산이 끊기면서 말뭉치 구축 사업도 중단됐다. 그 사이, 미국에서는 200억 어절의 말뭉치를 구축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고, 일본도 100억 어절의 말뭉치를 구축했다. 우리가 10여 년 주춤거리고 있는 사이에 말뭉치 구축에서 우리의 후발 주자였던 나라들조차도 우리를 크게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른 나라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말뭉치 구축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 말뭉치 구축 사업에서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양과 시간이다. 누가 더 많은 양의 말뭉치를 더 빨리 구축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이에 ‘21세기 세종계획’을 주도했던 국립국어원은 중단됐던 대규모 말뭉치 구축 사업을 이어 나가기 위한 예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으로 말뭉치 구축 사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히 예산 당국의 배려로 2018년 정부 예산안에 11억 원의 사업비가 책정돼 있기는 한데, 국회의 심의 과정을 남겨 놓고 있다.

말뭉치는 4차 산업혁명의 기본 자원으로만 활용되는 게 아니다. 국어 연구와 어문정책 수립에도 긴요하게 사용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말뭉치 구축은 우리말을 보존하는 일이기도 하므로 먼 훗날에는 말뭉치가 아주 귀중한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국립국어원은 기존의 어문정책을 유지하면서, 이제는 언어도 자원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대규모 말뭉치 구축과 말뭉치의 통합 활용 체계 구축 등의 어문정책도 수립하고자 한다.

지난 9일은 한글 창제 571돌 기념일이었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뜻을 받들고, 우리의 말과 글을 소중히 여기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 더불어 우리말의 미래와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우리말 대규모 말뭉치 구축 사업에 국민의 많은 관심과 성원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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