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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11일(水)
‘아이 캔 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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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10일 관객 300만 명을 돌파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영화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위안부 할머니의 삶을 솔직하게 담아냄으로써 관객들의 공감을 산 것이다. 개봉 전 예고편을 봤을 때까지만 해도 추석 특수(特需)를 겨냥한 코믹 가족물이거니 생각했다. 광고도 “할머니, 왜 영어를 배우려 하세요?”라는 질문에 “할 말이 있어서 그래”라며 궁금증을 던지는 식으로 끝난다. 그만큼 ‘아이 캔 스피크’는 기존의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나 다큐멘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 제목이나 영화 포스터, 광고만으로는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라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장에서 삯바느질하며 홀로 사는 나옥분 할머니(나문희)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집요하게 구청 공무원 박민재(이제훈)에게 다가가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이후 옥분 할머니가 13세 때 강제로 위안부 생활을 했고, 이후 그 사실을 숨긴 채 가족들로부터도 따돌림을 당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옥분 할머니는 위안부 시절 사진을 민재에게 보여주면서 담담하게 “잊으면 지는 거니께”라고 말한다. 이어 옥분 할머니가 영어를 배운 이유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임이 드러난다. 영화 클라이맥스는 미 의회의 위안부 피해자 청문회장. 의장이 “증언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 할머니는 “아이 캔 스피크”라고 말하며 일어나 일본군들이 자신의 몸에 새겨넣은 ‘旭日(욱일)’ 문신을 보여주며 영어로 증언한다. 그 증언 후 미 하원은 2007년 7월 30일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미래세대에 대한 역사교육을 요구하는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올해는 미 하원 위안부 결의안 통과 10주년인데, 정부는 12·28 위안부 합의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된 기념식조차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인들이 위안부결의안 10주년을 기념해 상업영화를 만들어 흥행에서도 성공했다니 기쁜 일이다. 지난달 방한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위안부 할머니들 손을 잡고 “여러분이 원하는 것은 복수나 증오가 아니라 일본이 과거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다”며 위로한 바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아이 캔 스피크’를 보고, 슈뢰더 전 총리와 같은 말을 하게 될 날이 올까. 일본의 진정한 ‘전후 청산’은 아직 까마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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