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8.15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학술
[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12일(木)
王의 최측근… 잊어진 폐인… 조선의 駙馬 ‘영욕의 삶’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역사학자 신채용 ‘왕실의 백년손님’서 집중 조명

왕의 사위를 가리키는 부마(駙馬)라는 용어는 중국 한나라 때 황제가 타는 말의 관리를 황제의 사위가 맡으면서 그 관직명이 굳어진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정식명칭이 의빈(儀賓)이었다. 국왕이나 왕세자의 사위이니 권력의 최측근이어서 조선 초기 성리학에 기반을 둔 정치·사회제도가 정비되기 전에는 정치 일선에 뛰어들어 권력쟁탈에서 승리해 재상이 되기도 하고 실패하면 역적으로 몰려 처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성리학적 사회질서가 정착되고 성종 대에 ‘경국대전’이 반포되면서 부마는 신분과 학식이 높아도 과거에 응시할 수 없고 벼슬길에도 나아갈 수 없어 점차 잊힌 존재가 됐다. 이로 인해 조선왕조에는 92명의 부마가 있었지만 그들에 대한 자료는 극히 적다. 역사학자 신채용 씨가 그중 정치·문화 부분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보는 12명의 부마를 가려 뽑아 개인별 열전의 형식으로 정리한 ‘조선왕실의 백년손님’(역사비평사)을 펴냈다. 조선왕조 부마와 그 가문의 실체를 다룬 최초의 저서로 볼 수 있다. 저자 신 씨는 “일제가 조장한 조선왕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데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자평한다.

조선 초기 부마의 삶을 바로 보여주는 인물이 태조 이성계의 부마 흥안군 이제(李濟)다. 고려말의 권신 이인임의 조카인 이제는 이성계의 둘째 부인 강 씨가 낳은 경순공주와 결혼했다. 첫째 부인 한 씨에게 두 명의 공주가 있었지만 경순공주보다 어렸기 때문에 이성계의 맏사위가 이제였다는 사실을 책은 처음 밝혔다. 이제는 이성계를 도와 정몽주를 격살하는 데 공을 세워 개국 1등공신이 됐지만, 자신의 친처남 방석을 세자로 책봉하려는 정도전 세력과 연합하면서 결국 이방원(태종)에게 피살되고, 경순공주는 비구니가 되고 만다.

조선 제5대 문종의 딸 경혜공주와 혼인해 부마가 된 정종(鄭悰)은 자신의 처남인 단종의 유일한 보호자였다. 단종이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난 뒤, 정종은 단종의 복위를 도모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 경국대전에는 공주든 옹주든 왕의 여식과 혼인한 자는 위(尉)라는 동일한 명칭의 작위를 주었으며, 정종은 300년이 훨씬 지난 뒤에야 충신으로 인정돼 영양위(寧陽尉)에 봉해졌다.

그런가 하면 조선 10대 연산군을 더욱 난폭한 폭군으로 만든 이는 성종의 부마로서 연산군의 매부인 풍원위(豊原尉) 임숭재(任崇載)다. 조선 시대 대표적 간신으로 거론돼온 임사홍의 아들인 그는 채홍사가 돼 왕과 함께 음행을 일삼고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 역시 연산군처럼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는다. 연산군의 부마 능양위(綾陽尉) 구문경(具文璟) 역시 연산군 폐위의 여파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휘순공주와 이혼과 재결합을 반복하는 기구한 운명을 살게 된다.

선조의 부마 동양위(東陽尉) 신익성(申翊聖)은 병자호란 당시 김상헌을 추종하는 명분론자로, 인조 앞에서 최명길 등 주화파의 목을 베어버리겠다고 일갈하는 강력한 척화론자였다. 인조의 고모부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삼전도비문을 쓰라는 명을 거부해 결국 청나라로 압송되는 굴욕을 당했지만, 김상헌은 그를 역사에 남을 영웅이라 극찬했다.

‘학문이 뛰어나도 쓸 곳이 없고, 재능이 있어도 펼칠 곳이 없는(學無所用 才無所展)’ 부마의 지위는 사대부 자제들로부터 ‘폐인(廢人)’이라 불릴 만큼 기피됐다. 그런 이유로 오히려 정치와 담을 쌓고 학자나 명필로 이름을 날린 부마들도 여럿 된다. 중종의 부마 송인과 현종의 부마 오태주가 꼽힌다. 특히 조선 후기 문예부흥을 이끈 정조의 치세에 정조는 고모부, 곧 영조의 부마를 청나라 사신으로 임명하면서 북학의 진흥에 기여하게 했다. 특히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사도세자와 친해 정조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조의 부마 박명원이 청나라행 사신으로 임명돼 박지원을 데려가면서 탄생할 수 있었다.

저자는 “부마와 그 가문을 살펴보면 조선 시대 정치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mail 엄주엽 기자 / 문화부 / 부장 엄주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술마시면 축구동호회 지인 불러 동거녀 집단성폭행
▶ 보 개방에 ‘강이 사막으로’… 세종시 아파트 화났다
▶ 윤수일 “40년 노래하다 첫 외도… 삶에 새바람 부는듯”
▶ “김지은씨 性的 자기결정권 없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
▶ ‘1111talll’… 더 교묘해진 음란물 SNS 해시태그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경찰 포함된 성폭력 사건 조사도 전에 유출…“2차 피해 우려”현직 경찰관이 포함된 성폭력 고소 사건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피해 여성이..
mark“국민연금 20년 내고 10년 받으면 원금 회수…30년땐 2.5배”
mark‘매맞는 아내’ 시끄럽다는 이유로 공공주택서 쫓겨나
보 개방에 ‘강이 사막으로’… 세종시 아파트 화났다
한투 차장 상반기 보수 22억원…오너보다 9억원 더..
‘안희정 무죄’ 김지은 “끝까지 살아남아 진실 밝힐 ..
line
special news 윤수일 “40년 노래하다 첫 외도… 삶에 새바람 부..
- ‘로큰롤 할배’로 영화 데뷔… 가수 윤수일음악하는 ‘기러기 아빠’ 역할어설픈듯 자연스러운 연기로제천..

line
“김지은씨 性的 자기결정권 없는 사람으로 보이지..
안전진단 미이행 BMW 2만여대 ‘운행정지’ 명령
‘1111talll’… 더 교묘해진 음란물 SNS 해시태그
photo_news
‘살아있는 전설’ 43세 여자 체조 선수의 열정
photo_news
부부싸움 뒤 경비행기 몰고 자택으로 돌진 사..
line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illust
“절정의 순간이 바로 사랑”…노인도 회춘시킨 뜨거운 망상
[인터넷 유머]
mark임신한 개 markBMW
topnew_title
number 노상방뇨 막자고 길가에 소변기를?…“흉하다..
한국영화 최초 ‘쌍천만’…역사 쓴 ‘신과함께..
제주서 한 달 살려다 돈 잃고 상처만…피해..
‘진짜 버렸나? 도피 중 숨겼나?’…사라진 2억..
흰 피부에 가는 허리 때문에… 남자들은 거..
hot_photo
작은 덩치로 멧돼지와 격투…등..
hot_photo
일본군 망보던 350살 ‘독립군 나..
hot_photo
육군 ‘워리어 플랫폼’, 초보자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