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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12일(木)
국정감사, 올해도 예감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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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회에서 발간하는 소식지인 ‘국회보’는 이번 달 특집으로 각 교섭단체의 국정감사 방향에 관한 글을 실었다. 여당의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새 시대를 견인할 국감(國監)을 목표로 행정개혁을 통한 지출 구조조정에 역점을 두겠다고 언급했다. 자유한국당의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국가안보, 민생안정 그리고 경제발전에는 여야가 따로 없음을 강조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대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할 것을 약속했다.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역시도 행정부를 대상으로 정책감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예감이 좋지 않다. 이번 국감을 앞둔 각 정당(政黨)의 현실적 전략을 보면 위에서 언급한 공식적 발언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각당은 국감의 대상을 행정부가 아니라 경쟁 정당으로 여기는 것 같다. 안보 불안과 경기 불황 등 시급한 과제를 행정부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빠듯한 일정인데, 정당들은 국회 내에서 정치 갈등을 국감장으로 옮겨가려는 듯하다. 지루한 정쟁으로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낭비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적폐청산 국감을 기치로 내세우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반발해 한국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원조 적폐로 규정하고 공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민주당은 이전 정부 시절 국감에서는 왜 적폐를 따지지 못하고 이제야 적폐 철폐를 외치는지 의아스럽다. 딱하기는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적폐청산이라는 여당의 정치 구호에 대해 기껏 문재인 정부를 신(新)적폐라는 용어로 맞받아치는 모양은 프레임 경쟁에서 밀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행정부의 피감기관들을 대상으로 양 정당이 내세우는 적폐청산이 얼마나 가능할지 회의적이다. 국감장에서 국회의원들이 삿대질하고 설전을 벌이는 동안 피감기관장들은 구경꾼이 돼 버리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원칙으로 돌아가 보자. 국감은 본질적으로 회고적 평가다. 지난해 행정부의 권한 행사가 적법하고 적절했는지에 대한 국회의 검토와 평가가 국감의 일차적 내용이다. 국감은 정부와 여당이 합심해 야당을 상대하는 정치 구도가 아니다. 국회의원들은 국회라는 국가기관의 구성원으로서 일체감을 가지고 또 다른 국가기관인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당과 행정부가 한 편이고 야당들이 다른 한 편이 된다면 국감은 내 편을 감싸고 상대를 비난하는 정치 공방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특히, 이번 국감처럼 2개의 행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감사에서는 편 가르기에 빠져들 가능성이 더욱 크다.

국감을 대하는 정당들의 사고 틀이 바뀌어야 한다. 국감이 본래의 취지대로 이뤄진다면 정당들에 도움이 된다. 국감에서 여야 협조를 바탕으로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여당과 야당이 상호 신뢰를 쌓을 기회를 갖게 된다. 국감에서 여당이 행정부의 문제점을 캐묻는다 해도 정책을 두고 생기는 당·정 간의 불협화음이나 갈등과는 다른 것이다. 오히려 건설적인 비판은 행정부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여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여준다. 그리고 여당이 대통령으로부터 자율성을 신장시킬 수 있는 부수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국감을 대하는 소수 의석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속내는 복잡할 것이다. 국민의당은 야당으로서 행정부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할 경우 지지 기반인 호남 정서가 나빠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존재감 없이 여당의 2중대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한편, 바른정당의 입장에서는 보수 세력을 대변하다가 자칫 한국당과 차별성을 견지하지 못한다면 두 정당 간의 통합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아닐지 우려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국감에서 발군의 기여를 하게 된다면 국회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던 불리함을 극복하고 국민에게 존재 의미를 각인시킬 수 있다. 국감에서는 정당의 팀플레이도 중요하지만, 의원 개인의 역량에 의해 큰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TV 중계를 통해 국민은 국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시한다. 가뜩이나 국회의 신뢰 수준이 위기인 상황에서 이번 국감이 또다시 국회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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