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청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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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7-10-1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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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닮은 동물은 대체로 ‘쥐’라는 단어를 이용해 이름을 만든다. ‘다람쥐, 두더지, 박쥐’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쥐’를 닮은 동물이라도 ‘쥐’라는 단어를 이용한 이름이 확인되지 않는 예도 있다. ‘청설모’는 ‘靑鼠(청서)’라는, ‘鼠’를 이용한 한자어 이름은 갖고 있지만, ‘쥐’를 이용한 고유어 이름은 갖고 있지 않다.

‘靑鼠’에 대해서는 ‘청설모’가 소나무나 잣나무처럼 사계절 늘푸른나무에서 사는 습성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동물의 명칭이 서식하는 나무의 속성에 근거해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의심이 든다. ‘黑鼠(흑서)’ ‘白鼠(백서)’ ‘黃鼠(황서)’ 등과 같이 털의 색깔에 기반을 두어 만들어진 쥐 또는 쥣과 동물의 명칭이 있는 것을 고려할 때 ‘靑鼠’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명칭으로 볼 수 있다. 중국 둥베이(東北)산에 서식하는 ‘북만청서’의 털빛이 잿빛이면서 파란색을 띠는 ‘회청색’이기에 보기에 따라서는 ‘파란색’ 또는 ‘회색’으로 비쳤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하여 ‘靑鼠’ 또는 ‘灰鼠(회서)’와 같은 명칭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靑鼠’의 가죽이 ‘靑鼠皮(청서피)’이고, ‘靑鼠’의 털이 ‘靑鼠毛(청서모)’이다. ‘청서모’에 ‘ㄹ’이 첨가된 어형이 우리가 주목하는 ‘청설모’이다. ‘청설모’는 ‘청서모’와 같이 한동안 ‘청서의 털’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그러다가 ‘靑鼠’라는 의미로 변했다. ‘털’을 지시하다가 그 털을 갖고 있는 ‘대상’을 지시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의미 변화는 19세기 이전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사전의 ‘청설모’에는 ‘靑鼠’와 ‘날다람쥐 따위의 털’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달려 있다. ‘청설모’는 주로 전자의 의미로 쓰이는데, ‘청서’보다 더 일반적이다. 후자의 의미는 좀 이상하다. ‘靑鼠의 털’로 바꿔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의미는 ‘靑鼠毛’가 더 정확하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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