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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13일(金)
통화스와프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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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논설위원

통화스와프는 상대국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하는 국가 상호 간 경제행위다. 하지만 그 과정은 극히 정치적이고 외교적이다. 협정 파트너는 그 나라 중앙은행이지만 최종 결정자는 통치권자다. 그래서 각국의 복잡한 정치·외교적 ‘셈 판’에 따라 잘 풀리기도 하고, 삐걱대기도 한다.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가 2008년 10월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총구가 어디로 향할지 몰라 각국이 잔뜩 겁에 질려 있을 때였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체감공포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러니 우리 정부가 외환 방파제를 튼튼히 쌓기 위해 죽기 살기로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성사시킨 건 일종의 ‘본능적’ 행위다. 이를 두고 당시 언론은 우리 실무단이 미 연방준비제도로부터 ‘통화스와프가 뭔지나 아느냐’는 비아냥까지 들으며 얻어낸 경제외교의 쾌거라고 평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의 다른 속셈이 깔려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에 그 전후 맥락이 상세히 언급돼 있다. ‘나는 미국의 극적인 입장 변화가 부시의 G20 체제 구상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한다. 부시는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G8을 대체할 새로운 국제 공조체제를 모색했고, 통화스와프 체결 사흘 전 내게 전화를 걸어 한국이 이 공조체제에 포함됐음을 사실상 통보했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미국 주도 G20의 부산물이었다는 얘기다.

후자의 전형적 사례는 지난 1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부산 소녀상을 문제 삼아 전격 중단한 한·일 통화스와프다. 이 통화스와프는 2001년 일본이 한국에 먼저 손을 내밀면서 시작됐다. 당시 아시아통화기금(AMF)을 만들어 맹주 자리를 확고히 하려 했던 일본이 중국 위안화 견제를 위해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그런 일본이 이제는 외교적 문제를 빌미 삼아 한국의 외환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있다. 과연 일본답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계약이 오늘 전격 타결됐다. 만기를 넘긴 지 사흘 만이다. 만기(3년)와 규모(560억 달러)는 종전 계약과 같다.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고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로서 통화스와프는 ‘다다익선’인 만큼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 정부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이제 확실한 ‘달러 우산’인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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