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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오승훈 경제산업부장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13일(金)
‘3% 성장’ ‘혁신 성장’ 아직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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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경제산업부장

회복될 듯하던 경기가 심상찮다. 한국은행이 이달 말 발표할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전 분기 대비)가 2분기(0.6%)와 비슷한 0%대 중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이러면 정부가 자신하는 연 3% 성장은 어려워진다. 산술적으로 3, 4분기 연속 0.77%를 기록해야 가능하지만, 4분기에도 ‘서프라이즈’는 기대난망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치를 2.7%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는데, 세계 무역 회복세에 근거한 것이지 자체의 경쟁력 향상을 평가한 건 아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경기 회복세를 확신할 만한 단계에서 북한 리스크가 커졌다”고 우려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대외 리스크에다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경기 위축 등으로 인한 내수 부진이 추경 효과를 모조리 상쇄할 수 있다. 수출이 그나마 버팀목인데 편중이 심하고, 고용 한파는 지속 중이다. 어느 하나 목표 달성에 믿을 구석이 없다.

문재인 정부에 ‘3% 달성’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정부 출범 첫해의 경제 성적표이자, 타 부문 개혁의 명분과 지속성을 담보할 자산이 된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실현한 게 된다. 노무현 정부도 2003년 출범 첫해 성장보다 분배에 중점을 뒀다. 그해 경제성적은 3.1%로 전년 7%의 반 토막도 안 됐다. 급기야 2004년 벽두부터 기업 규제 완화, 노사관계 안정 등의 성장론을 펼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이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일성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2%대로 추락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한 데도 이 같은 배경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안하다. 여전히 성장 정책 방향이 엇박자여서다. 경제학계에는 오랜 경험치가 축적돼 이견이 없는 경제성장에 관한 정설이 있다. 단기적인 경기변동보다는 장기적인 경제성장이 국가 전체의 소득과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저마다 평가 잣대가 달라도 1960년대보다 오늘날의 삶이 나아졌다고 확언하는 것은 이 기준이 적용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장기성장이 아니라 장기침체 국면에 들어서 있다. 한은이 추정한 2016∼2020년의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2.8∼2.9%로, 3% 밑이다. 2011∼2015년에만 해도 연평균 3.0∼3.4%였다. 부작용 없이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해 달성할 수 있는 게 잠재성장률이다. 그게 낮아진 것은 총요소생산성 하락이 주요 원인이다. 지난 정부부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을 포함한 각 부문의 구조개혁과 산업의 체질개선을 강조해온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새 정부는 초반부터 총수요에 집중했다.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이른바 소득주도성장론이다. 물론 정부 지출과 가계 소비는 성장(총생산증가)의 두 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단기성장의 부양책을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식의 장기성장 전략으로 취급하는 데서 또 다른 축인 총공급 측면을 제약하는 충돌이 일어난다. 자본투자를 위축시키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높이면서 국가 경제의 생산 능력(총요소생산성)을 높일 수는 없는 게 아닌가 말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4차산업혁명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신산업 분야는 일정 기간 규제 없이 사업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면서 ‘혁신 성장’을 강조했지만, 공허하게 들리는 연유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은 옛 정부의 적폐가 아니다. 지금도, 아니 이미 때가 늦었는지도 모를 당면 과제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측면에서만 보면 ‘행운아’다. 세계 경제의 호전기(好轉期)에 집권했다. 직전 정부가 3년이나 추경을 편성했지만, 3% 달성에 실패한 데는 글로벌 침체가 있었다. 이 호기를 실험적인 정책이나 소모적인 충돌로 날려버린다면, 그건 불운이 아닌 실패의 반복이다. 3% 달성은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모두의 바람이다. 그러려면 ‘성장이 없으면 분수효과는 없다’는 충고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거시경제학자인 허찬국 충남대 교수는 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경제 성장 속도보다 빠른 재정지출 증대로 국민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노선버스 종점의 이름은 아마 ‘그리스’일 것이다. 성장이 지고선이어서가 아니다. 느는 공공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성장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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