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3D감성으로… 한국畵, 새 옷을 입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석철주, 신몽유도원도, 125×150㎝, 캔버스에 아크릴릭 젤, 2017. 갤러리 조은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길래, 노송(老松), 650×535×30㎝ 동파이프에 동선 산소용접, 2010. 이길래 작가 제공

‘현대적 변신’전시회 잇따라

아크릴로 그린‘몽유도원도’
비단화면·금가루 입체 佛像

경계 넘나들며 상상력 펼쳐
해외 호평… 아트페어 출품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몽유도원도, 금가루로 표현한 불상, 동파이프로 되살려낸 겸재 정선의 소나무 등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 감성으로 살려내는 전시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11월 4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 조은에서 전시를 갖는 석철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서양화적 기법으로 표현한 한국적 산수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전시에는 한지가 아닌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활용해 안평대군의 꿈 이야기를 바탕으로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에서 제목을 따온 그의 대표작 ‘신몽유도원도’ 연작 등 신작 20여 점이 선보인다.

10년 가까이 몽유도원도 연작을 그려온 그는 특히 이번에 새로운 제작기법의 작품들을 공개한다. 캔버스 위에 젤로 망 처리를 해 디지털 감성을 반영했고, 그림 한쪽에 선명한 형태의 수석을 앉혀 눈길을 끌도록 했다. 신몽유도원도의 몽환적이면서도 꿈 같은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수석은 현실을 상징한다. 작가는 “재료와 기법은 달라도 수묵화의 정신세계는 그대로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정신이 다른 것이 아니고, 같은 정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설명했다.

24일부터 11월 4일까지 종로구 사간동 심여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이해기 작가 역시 현대미술의 눈높이에 맞는 부처님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특히 그는 비단과 감지 화면에 금가루를 이용해 불상을 표현하는 독특한 작품 세계로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검은 여백과 한 귀퉁이에서 뒷모습만을 보이며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 금빛 불상은 종교 미술과는 다른 현대적 감성을 일깨워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해기, 자등명(自燈明), 비단에 금, 부분, 2017. 심여화랑 제공

이 작가는 부처의 뒷모습을 그리는 것과 관련해 “앞모습이 마침표라면 뒷모습은 물음표이고, 더욱이 그림에서의 뒷모습은 2차원 평면이기에 앞모습을 볼 수는 없다”며 “그 앞모습은 온전히 보는 이의 영역이어서 관객을 주체로 돌려놓는다”고 설명했다.

이길래 작가는 동파이프와 동철사 등을 활용해 소나무 등을 조각, 자연의 생명력을 응집해 보여주는 작가다. 그는 동파이프를 1~2㎝ 자른 뒤 눌러 타원형으로 만들고, 산소용접으로 연결해 나무의 몸체를 제작한 뒤 나무의 푸른 잎은 동선을 잘라 붙인다. 동파이프를 절단해 만든 인공 소나무지만 까칠한 나무의 질감과 형태는 실제 소나무를 쏙 빼닮았다.

그는 자신의 소나무에 대해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속 소나무를 재현한 것”이라며 “회화와 조각의 경계마저도 넘나드는 것이 무한한 상상력의 텃밭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의 작품 앞에 서면 한 폭의 산수화 풍경에 마주 선 것과도 같은 감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아 ‘문화 한류’의 새로운 가능성도 엿보게 한다. 이길래 작가는 세계 미술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 애비뉴 거리의 오페라갤러리에서 11월 14일부터 12월 5일까지 초대전을 갖는다. 이해기 작가도 11월부터 미국 마이애미와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연이어 작품을 출품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