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戰作權 전환, 절대로 서둘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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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완성단계에 들어서면서 대한민국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작권(戰作權)부터 조기 환수’하겠단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미국 대통령과 국방장관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부터 이 문제를 거론하더니 곧 있을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그 첫발을 뗀다고 한다. 전작권 전환? ‘한미연합 전력의 작전 지휘를 누가 하느냐’ 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대한민국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문제다.

그래도 ‘한·미 동맹만 튼튼하면 된다’고 강변하지만, 연합사라는 핵심 연결고리가 파괴되면 동맹 자체가 종이쪽지로 형해화할 가능성이 더 크다. 아니, 실은 한·미 동맹이 칼집이라면 오히려 연합사가 그 칼날이다. 예컨대, 억제는 본래 심리적인 것이어서 북한 핵미사일에 대처하는 데는 연합사가 서울에 주둔하는 이상의 방법이 없고, 장차 한반도 통일과정에서도 그 엄청난 정치·경제·군사적 소요를 감당해 줄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밖에 없다. 연합사는 그런 지원을 이끌어낼 양호한 통로이자 관리기구다.

“전작권 환수해도 ‘미래사령부’를 만들어 연합사 체제는 유지하고 사령관만 우리가 맡겠다는데 무슨 문제냐”고 하겠지만, 착각하면 안 된다. 연합사의 ‘전략적 억제력’은 주로 ‘튼튼한 한·미 군사동맹과 그 동맹이 세계 최강 미국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음을 분명하게 증명’해주는 ‘미국인 연합사령관’의 상징성에서 나온다. 유사시 ‘미국의 대규모 전력 증원’을 바탕으로 한 오늘의 ‘강력한 한미연합전략태세 구축’도 연합사령관이 ‘미 4성 통합전투사령관’이기에 가능했다.

사령관이 한국인이라도 위에 언급한 연합사의 기능을 기대할 수 있을까? 또, 우리도 월남군 사령관 지휘 아래 작전해야 했다면 월남전에 참전했을까? 미국이 지금은 ‘한국군 사령관 체제’에 흔쾌히 합의한다고 해도 실상은 의미 있는 군사력은 파견하지 않겠다는 뜻일 가능성이 더 크다. 특히,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적시(適時) 참전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이다. 2006년 “한국이 전작권을 행사하려면 먼저 유사시 미군의 증원 규모부터 제시해 보라”던 버웰 벨 당시 연합사령관의 말이 바로 그런 뜻이다. 결국, 한국인이 지휘관인 연합사는 오늘의 연합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더욱이 왜 지금인가? 지금은 북한의 핵미사일로 지난 수십 년 축적된 동족 분단의 모순이 더 지속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부닥쳐 있는 때다. 여기에 야심 찬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中國夢)과 ‘전략적 인내’와는 차원이 다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맞물려 우리의 미래에 더할 수 없는 기회와 도전의 시대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지금 전문가들마다 미국과의 ‘찰떡 공조’를 강조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보채듯이 서두르는가? 그것도 사드 배치는 이 핑계 저 핑계로 계속 미적거리고,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이는 “한·미 동맹 깨져도 전쟁은 안 된다”며 동맹의 한계선(?)까지 긋고 나선 가운데 ‘전작권부터 환수하겠다’고? 미국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중차대한 시점, 자칫 미국의 동맹적 신뢰마저 흔들리게 하면 기회는커녕 ‘자유’ 대한의 미래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결국 ‘전작권 전환’은 한반도가 자유통일 될 때까지는 서두르지 않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설사 서둘고 싶어도 준비를 충분히 끝낸 후에 제시해도 늦지 않다. 적어도 오늘처럼 이렇게 긴박한 상황에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는 게 현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