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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18일(水)
방사선 진단·치료기기 투자 화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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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이 성균관대 의대 교수 방사선종양학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의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한 고령화와 생활 습관의 변화로 인해 암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연간 21만7000여 명의 신규 암 환자가 발생하고, 1999∼2014년 누적 암 환자는 146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암 환자가 증가 추세지만, 암의 조기 발견과 의료 기술 향상에 따라 치료율이 점차 향상되고 있는데, 의료 기술 발전의 대표적인 예로 방사선 치료를 꼽을 수 있다. 방사선 치료는 방사선이 세포를 손상 또는 파괴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러한 특성을 오히려 암세포의 사멸에만 집중시켜 이롭게 활용하는 치료법이다. 1962년에 코발트(Co-60) 치료기 도입을 시작으로 현재는 국내 암 환자의 25%가량이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 이제는 방사선으로 암을 치료하는 것에 대해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은 드물어지고 있다.

그러나 보편화한 인식과는 대조적으로 방사선 치료기기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 및 투자는 저조한 편이다. 방사선의학 시장 동향 보고서(S&T Marker report, Vol.45)에 따르면 2016년 세계 방사선 치료기기 시장 규모는 약 59억 달러(약 6조 6670억 원)로, 해외 글로벌 기업(베리언 메디컬, 엘렉타)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의료 방사선 기기 시장 규모는 272억2000만 원(2015년 기준) 정도이지만, 국내 제조업체는 없으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방사선 치료기기와는 대조적으로 방사선 진단기기의 경우, 일정 부분 국산화가 이뤄지고 있다. 종양의 유무 등을 판별할 수 있는 방사선 진단기기로는 컴퓨터단층촬영(CT), 엑스레이 촬영 등이 있는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발표 자료를 보면 CT 국내시장 점유율은 국산 제품이 26%에 이른다. 하지만 이 또한 대부분이 치과용이나 부위 한정용 CT에서만 국산화가 이뤄져 온 것으로, 전신용 CT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방사선 치료 수요는 계속 늘고 있으며, 특히 양성자 치료 및 중입자 치료 등의 고성능 기기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고성능 기기는 해외 글로벌 대기업에서 원천 기술과 우수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어서 독과점의 양상을 띠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내 연구소와 대학을 중심으로 방사선 치료기기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성균관대에서 악성종양 치료용 500 센티그레이(cGy)급 듀얼헤드(dual-head) 갠트리 방사선 치료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전기연구원에서도 차세대 융복합 방사선 진단치료기기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노력이 있지만, 근본적인 방사선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서는 원천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이 필요하고, 이를 촉진하는 방안은 국가 차원의 R&D 투자가 필수적이다. 특히, 방사선 관련 기술 산업은 시장 진입 장벽이 높고, 배타적인 면이 있어서 국가 차원의 육성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이미 1970년대부터 정부 주도의 투자가 이뤄져 왔으며, 현재의 방사선 의료기기 시장에서 독과점을 주도하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IT와 소프트웨어 기술 등으로 지식기반형 수출 산업을 선도해왔다. 최근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국가 차원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의 신산업 육성에 예산 투자와 관련 사업 분야의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방사선 의료기기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며 기술에 기반한 지식기반형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지속적인 R&D 투자와 우호적인 정책의 실행으로 관련 사업이 더 부흥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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