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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18일(水)
‘정권 코드’가 법과 상식 눌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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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전체주의 체제인 북한에선 헌법의 위상이 노동당 강령보다 아래다. 하지만 민주주의 체제의 법치(法治) 국가에선 예외 없이 헌법이 명실상부한 최고 규범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정부 수반’이면서 ‘국가 원수’인 대통령의 취임 선서도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국정 운영의 최우선 기준이 헌법 가치의 구현이라는 취지다. 사적인 이익 추구는 물론, 개인적·정파적 시각이나 신념 등을 헌법 가치보다 앞세워선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것도 그런 헌법 준수·수호의 책무를 배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은 헌법을 정점으로 한 국법 질서나 보편적 상식보다 ‘정권 코드’를 더 떠받드는 것으로 비친다. 그로 인해 헌법기관의 중추 중 하나인 헌법재판소 위상까지 흔들리고 있다. 김이수 헌재(憲裁) 소장권한대행 파동은 국기(國基) 차원의 문제다. 오죽하면 현재 8명인 헌재 재판관 전원이 지난 16일 ‘소장 및 재판관 공석 사태 장기화로 헌재의 정상적 업무 수행은 물론 헌법기관 위상에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며 ‘조속한 임명 절차 진행’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헌재 사상 초유의 인사 관련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겠는가. 문 대통령이 ‘김 대행체제 장기화’ 근거로 내세운 ‘헌재 재판관 전원 동의’가 견강부회라는 사실도 당사자들이 간접 증언한 것이다.

그 사달의 핵심에는 문 대통령의 빗나간 ‘코드관(觀)’이 자리 잡고 있다. 김 권한대행을 소장 후보로 지명한 자체가 ‘도를 넘은 코드 인사’인데도, 문 대통령은 국회가 임명 동의안을 부결시킨 그를 감싸기 위해 입법부의 헌법적 권능(權能)까지 욕보였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재법에 의해 선출된 소장권한대행을 두고 위헌이니 위법이니 하며 부정하고, 업무보고도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국회 스스로 만든 국법 질서에 맞지 않는 일이다. 수모를 당한 김 권한대행께 대통령으로서 정중하게 사과한다’는 글을 지난 13일 올린 것이다. 국회의원들에겐 ‘3권 분립 존중’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것이 ‘적반하장의 극치’ ‘유체이탈 화법’ ‘사과는 국민에게 해야 할 일’ 등 야당의 지탄을 자초하지 않으려면, 지난 9월 11일 국회의 임명 동의 부결이라도 존중했어야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소통수석비서관 입을 빌려 “(야당의) 무책임의 극치이자 반대를 위한 반대, 국민의 기대를 철저히 배반하고 헌정 질서를 정략적으로 활용한 가장 나쁜 선례”라고 주장했다. 반(反)헌법적 강령과 활동이 드러난 통합진보당의 해산에 헌재 재판관 중 유일하게 반대했던 인사를 소장 후보자로 파격 지명한 것은 정권 코드엔 맞췄을지언정 국민 일반의 기대는 아니었는데도 왜곡 과장하며, 입법부 본연의 헌법적 권한을 매도했다. 국회 부결 1개월에 이르도록 다른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은 채 지난 10일엔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김 대행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내년 9월인 그의 재판관 임기까지 대행체제를 끌고 가게 하겠다는 취지로 읽히게도 했다. 코드에 집착해 국회를 상대로 부린 몽니에 해당한다. 문 대통령이야말로 ‘3권 분립 존중’의 헌법 가치를 되새겨야 할 장본인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정권 코드가 법과 상식 위에 있다고 착각한 것으로 보이는 문 정부의 주요 공직 인사와 정책은 이 밖에도 수두룩하다.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한 최일선 공권력인 경찰조차 불법 시위에 대한 엄단 의지를 더 다잡긴커녕 부추기기까지 한 배경도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13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어느 야당 의원은 지난 6월 16일 공식 출범한 경찰개혁위원회를 두고 “위원 19명 중 15명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민주당 출신, 노무현 정부 출신 등 좌파 진영”이라고 밝혔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달 7일 “집회·시위 자유 보장을 위한 경찰개혁위 권고안의 모든 내용을 받아들이겠다”며 시민들의 교통 불편을 이유로 시위를 막지 않고, 시위대의 사소한 불법은 용인하겠다 했던 것도 개혁위 구성부터 정권 코드에 맞춘 데에 따른 법치(法治) 왜곡이었던 셈이다. 문 대통령부터 헌법기관보다 촛불시위를 주도한 좌파 단체 역할을 더 앞세우기 일쑤인 식이어선 헌법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 정권 코드가 법과 상식을 눌러선 안 된다는 당위성이나마 더 늦기 전에 명확하게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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