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산업경쟁력 약화시킬 구조조정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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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렬 연세대 교수·경영학

정부가 최근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혁신성장을 새로운 경제 정책으로 발표했다. 이 같은 혁신성장의 대두는 소득주도성장만으로는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최근 고용, 소비, 설비투자, 건설 실적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떨어지고 있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의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산업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중국의 자강주의 등과 같은 글로벌 경영 환경의 변화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점점 더 떨어뜨리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리더십 춘추전국시대’가 끝나는 2017년은 2018년부터 향후 5년간 진행되는 ‘글로벌 G2(미국과 중국 중심) 시대’를 마지막으로 준비하는 해이기도 하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미국은 4차 산업혁명, 중국은 ‘중국의 꿈’ 등을 통해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민·관(民官)이 힘을 합쳐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확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과 같은 소득주도성장에 묶여 인력 구조조정을 수반하게 되는 산업경쟁력 제고를 경제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어내고 있다.

따라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열리지 않았던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다시 열어 산업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생태계 복원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및 일자리 창출 모두가 산업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목표들이다. 산업경쟁력은 국가경쟁력의 근원이 된다. 이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과 그 혁신이 계속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정부의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국가경쟁력 제고의 궁극적 목표는 생활 수준의 향상이라며,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즉, 잘살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그런데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혁신을 주도할 기업의 경쟁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고,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신성장 기회도 놓치고 있다. 또, 정부마저도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과 규제개혁에 정책적 우선권을 주지 않고 있다.

지금 세계 경제는 평균 3% 중반의 성장을 이끌며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 경제는 살아나고 있고, 일본 경제는 회복되고 있으며, 유럽 경제는 바닥을 치고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신흥 시장의 경제도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만 유독 2% 후반의 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릴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하고 있다.

이제 2017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국가경쟁력 제고의 근간인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사회·기업 모두가 힘을 합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정부는 과감하고 지속적인 구조조정은 물론 규제개혁을, 사회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대의적으로 받아들이는 아량을, 그리고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끊임없는 혁신을 해야만 한다. 더 나아가 산업경쟁력 제고의 핵심 주체인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는 따뜻한 후원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