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현지화로 年 40% 성장… 베트남 삶 속에 스며들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08년 ‘베트남 1호점’으로 문을 연 이후 연평균 40%씩 성장하며 현지 유통업계의 메이저로 기반을 다진 호찌민의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전경. 롯데 제공

- 롯데 진출 19년… 하노이·호찌민을 가다

본사 직원 98% 현지인 채용
롯데리아, 치킨+밥 메뉴 개발
시장 연구 맞춤형 전략 주효

2021년 에코스마트시티 건설
2조원 사업 브랜드파워 과시

롯데그룹의 ‘베트남 선점 전략’이 해외시장 개척의 전범(典範)을 보여주고 있다. 1998년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20년 가까운 신(新)시장 개척의 집념이 결실을 보는 것이다. 최근 롯데그룹이 중국의 경제보복에 따라 이를 완충할 대체 시장으로 베트남에 공을 들인다는 시각이 나오지만, 장기 투자 진행 과정이나 현지시장에서 다져진 롯데의 경쟁력을 보면 투자사업 숙성도가 2차 도약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더 합당해 보인다.

지난 9월 찾아간 베트남 호찌민의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은 주차장이 이색적이었다. 승용차가 아닌 오토바이 2000여 대가 주차돼 있었다. 지역의 주요 교통수단을 고려한 것이다. 홍원식 롯데마트 법인장은 “2008년 개점 이후 매년 40%씩 성장하고 있다”면서 “올해 매출 목표를 5500억 원으로 잡았는데, 이곳에선 ‘빅3’에 들어간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대형매장 10위권에 들어가는 수준이다. 매장 면적은 약 2만500㎡(6200평)로 오픈 당시 베트남 내 단일 대형마트로는 최대 규모로 들어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베트남 호찌민의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매장에서 홍원식(왼쪽부터) 롯데마트 법인장, 김동진 롯데리아 법인장, 황경호 롯데백화점 법인장이 진열장을 살펴보며 현지화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성장 비결은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한 ‘현지화’다. 이곳은 한국의 대형할인매장과 사뭇 달랐다. 쇼핑은 물론 영화관, 문화센터, 볼링장과 같은 문화시설을 동시에 즐기는 종합쇼핑센터였다. 매장을 채운 상품들도 인기 있는 한국 제품이 있지만, 현지 구매가 주류다. 본사 직원 250명 중 한국 직원은 단 5명이고, 상품기획자(MD)가 모두 현지인이다. 홍 법인장은 “농산물의 포장판매부터 ‘녹차 먹인 돼지고기’ 등의 특화 상품을 만들어내기까지 이곳 농가들과 수없이 협의를 진행해왔다”면서 “대부분 이곳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들이었는데, 소비문화 수준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기여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게 롯데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이러한 차별된 전략을 앞세워 현재 베트남에서 총 1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진출의 선발대 역할을 해낸 롯데리아가 전역에 걸쳐 200여 개 점포를 운영할 정도로 베트남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도 현지화 전략의 결실이었다. 미국 KFC, 필리핀의 졸리비가 먼저 진출해 있던 시장에서 베트남인들이 햄버거를 낯설어 하는 게 큰 숙제였다. 롯데리아는 햄버거 대신 현지인들에게 친숙한 치킨과 쌀밥, 콜라를 함께 묶은 세트를 개발했고,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주문하는 인기 1위 메뉴가 됐다.

19일 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의 소비유통시장 규모는 연평균 10% 이상 성장 중이고, 2018년에는 1224억 달러(약 138조3000억 원)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성장기의 ‘젊은 나라’다. 약 1억 명의 거대 인구가 연평균 1%씩 증가하고 있다. 50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78%, 40세 이하 인구가 65%를 차지해 경제활동 인구비율과 소비지출 인구비율이 높다. 최근 5년간 연평균 6%씩 성장했다.

중산층이 두터워져 더욱 경쟁이 치열한 부문은 백화점, 호텔이다. 롯데쇼핑은 포스코 건설이 보유한 호찌민의 ‘다이아몬드 플라자’ 지분을 인수해 지난해 3월 베트남 백화점 2호점을 오픈했다. 잡화, 의류 중심의 밋밋한 진열 방식이 아니라 짧은 동선에 풀 라인의 제품과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매장 구성으로 매출을 신장하고 있다. 황경호 롯데백화점 법인장은 “맞벌이 직장인을 공략 대상으로 삼아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현재 백화점, 마트, 호텔, 시네마 등 10여 계열사가 베트남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베트남 사업을 한 차원 높여줄 투자가 진행 중이다. 롯데는 호찌민시가 베트남의 경제 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에 2021년까지 ‘에코스마트시티’를 건설할 계획이다. 서울로 치면 ‘강남’ 지역이 될 곳이다. 10만여㎡ 규모 부지에 총 사업비 2조 원을 투입해 백화점, 쇼핑몰, 시네마, 호텔, 오피스 등과 주거시설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를 조성한다. 또 하노이 떠이호구 신도시 상업지구에는 3300억 원을 투자해 2020년에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를 선보일 계획이다. 쇼핑몰, 백화점, 마트, 시네마 등이 들어선다. ‘빅 베트남’의 밑그림을 그려 뚝심 있게 투자를 늘려온 신동빈 그룹 회장의 집념이 읽히는 대목이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하노이와 호찌민을 찾아 두 투자사업의 진행을 독려했다.

하노이·호찌민 =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