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재테크>은퇴 이후 23년 버티려면… ‘스튜핏 소비습관’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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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이니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즐기며 살자), ‘탕진잼’(과소비하는 데에서 오는 재미) 등 신조어가 인터넷을 달궜다. 과거에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니어 세대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 힘든 젊은 세대가 느끼는 경제적 상실감과 달라진 삶의 가치를 그대로 표현한 말들이다.

그런데 요즘 이에 완전히 반대되는 절약의 새바람이 불고 있다.‘그레잇(great)’ ‘스튜핏(stupid)’을 외치는 한 방송인의 프로그램이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절약을 실천하면 ‘그레잇’, 낭비적인 소비가 있으면 ‘스튜핏’을 외치며 절약을 통한 ‘짠테크’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은퇴 후 소비를 위한 자금은 은퇴 전 소득의 60~70%면 적당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한국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노인 빈곤율은 높아지는 반면 은퇴 시점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계속해서 하향 조정되고 있으며 향후 고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절약이 곧 재테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노후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면 어떤 자산에 투자해서 연간 수익률을 얼마 올릴 것인지보다는 본인의 생활습관, 정확히 말하면 소비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소득과 소비에 대한 기록이 필요하다. 현재 월 소득과 월 지출 내역을 노트에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가정의 소비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나열한 후 고정지출과 변동지출을 구분해 본다. 고정지출은 매월 지출되는 관리비, 통신비, 학원비, 교통비, 식비 등이다. 고정지출을 제외하고 필요에 따라 쓰는 모든 지출이 변동지출이다. 지출 항목 중에서 먼저 손볼 수 있는 것은 변동지출이다. 변동지출 가운데 불필요한 충동구매가 늘 있기 마련이다. 이런 건수를 줄여 나가는 것이 절약의 첫걸음이다.

은퇴 후의 생활은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3세로 발표되고 있다. 60세에 은퇴한다고 해도 평균 23년이다. 은퇴 후에는 사회활동시간이 줄어 자연스럽게 지출 규모가 줄어들지만 소비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은퇴 후에 소비패턴을 갑자기 바꾸면 은퇴에 따른 상실감이 더 커질 수 있다. 은퇴는 생애주기에서 경제적·사회적 역할 변동으로 심적인 변화가 크게 일어나는 시점이다. 이때 무리하게 패턴을 바꾸면 자칫 무력감을 더 키울 수 있으므로 미리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반드시 소비지출 항목을 점검해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재테크를 위한 투자는 늘 리스크(위험)가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비를 줄이는 절약은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다. 투자는 고려해야 할 항목들이 많지만, 절약은 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에 절약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할 수 있다. 하지만 절약이 단순히 소비의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의 안정된 노후를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간다면 그 어떤 투자보다 든든한 노후보장이 될 것이다.

홍승훈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