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 & Story >핸드백 30년 匠人이 10년 공들여 ‘1006개 핸드백 용어사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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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관 시몬느 회장

“후다 등 일본식 사용 보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정리된
세계 표준용어 필요성 절감”

‘이름은 사랑하는 마음’ 철학
회사名도 아내 애칭서 따와
세계 첫 핸드백박물관 설립도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시점에 해외 공장 직원들이 일본식 용어를 한국어인 줄 알고 배우는 상황을 보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된 세계표준용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핸드백 전문 제조기업 시몬느 박은관(62·사진) 대표이사 회장이 19일 경기 의왕의 자연을 가득 담은 시몬느 사옥에서 만난 자리에서 창립 30주년을 맞아 핸드백 용어 1006개를 담은 ‘핸드백 용어 사전’을 펴낸 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박 회장의 사전 만들기 작업은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박 회장은 “가방 제조 공장 등 현장에서는 가방 덮개, 옆판 같이 간단한 용어도 후다, 마찌 등 일본어로 써왔다”면서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 공장 근로자들에도 일본식 용어가 교육되는 것을 보고 사전을 만들게 됐고, 이번 사전에도 총 6개의 언어가 담겼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름은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정해야 한다는 철학이 있다. ‘시몬느’라는 사명은 아내의 애칭에서 따왔다. 한국의 명품을 지향하며 만든 ‘0914’ 브랜드는 아내와 재회하게 된 9월 14일을 의미한다. 평생을 몸 담아온 핸드백 분야에서도 각각의 명칭들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정리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30년 간 핸드백 하나만 파 온 핸드백 장인인 박 회장의 시몬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버버리, 코치, 토리버치 등 해외 유명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ODM을 주로 맡아왔고 세계 시장의 10%, 미국 시장의 30% 점유율을 기록하는 글로벌 선도 업체로 성장했다. 그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조 공장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상황이고 중국에서는 시몬느를 ‘따거’(형님)라고 부를 정도로 성장했는데, 이제는 한국의 용어가 정립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재 시몬느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4개국에 9개 공장을 운영 중이며, 근로는 3만5000여 명 규모다.

지난 2012년에는 세계적 패션 큐레이터 주디스 클락과 합작해 세계 최초로 핸드백 박물관도 설립했다. 박 회장은 “핸드백의 뿌리를 알 수 있게 하는 박물관을 만들었고, 이를 담은 책 ‘핸드백의 모든 것’은 미국 예일대의 지원을 받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면서 “지금은 서양사 중심인데 앞으로 전통 ‘함’ 등 한국과 동양의 뿌리에 대해서도 프로젝트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문화의 성숙도 등을 봤을 때 이제는 한국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패션 브랜드가 나올 시점”이라면서 “시몬느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브랜드를 키우고. 사전과 같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업들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 사진 =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