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위협하는 동물의 병…치료도 멸망도 ‘인간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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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 데이비드 콰먼 지음, 강병철 옮김 / 꿈꿀 자유 서울의학서적

잊을 만하면 찾아와 닭을 몰살시키고 사람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조류인플루엔자(AI),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아프리카 사람들을 끔찍한 고통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에볼라, 2900만 명의 사망자와 3000만 명이 넘는 환자를 낳은 세기말적 역병 에이즈, 2015년 우리나라 전체를 마비시켰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그리고 최근 ‘햄버거병’으로 불리면서 문제가 된 용혈요독증후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동물의 병원체가 인간에게 건너와 생기는 병, 즉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인간과 동물이 접촉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병이다. 사실 이런 접촉은 인류 역사상 끊임없이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숫자와 능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금, 인간이 동물의 서식지를 무차별적으로 침범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늘고 있다. 인간은 벌써 개체 수가 70억 명을 넘으며 13년에 10억 명씩 늘고 있다.

동물도 갈 곳이 없다.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로 점점 살 곳이 줄고, 인간이 지은 집과 공장, 도로에 밀려 살 곳을 빼앗긴다. 인간은 고기를 위해, 실험을 위해 심지어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죽인다. 이 과정에서 내몰린 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인간의 주거지로 들어오면서 접촉기회도 늘어난다.

저자는 중국 남부의 박쥐 동굴과 광둥(廣東)성의 식용동물시장, 콩고 강변의 외딴 마을들, 중앙아프리카의 정글, 방글라데시의 오지, 말레이시아의 열대우림, 그리고 미국과 호주, 네덜란드, 홍콩을 종횡무진 누비며 개성 넘치는 동물들과 무시무시한 병원체들이 사는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모험소설을 읽는 듯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를 펼쳐 보이며 인수공통감염병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문제가 되고 있는지, 왜 완전히 정복할 수 없는지, 이대로 가면 어떤 파국이 기다리고 있는지, 파국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인류를 멸망으로 몰고 갈 사건으로 기후변화와 전 세계적 유행병을 꼽는다. 이때 전 세계적 유행병은 틀림없이 인수공통감염병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수공통감염병은 모든 전염병을 이해하는 열쇠다. 그 열쇠를 찾기 위해 저자는 세계의 오지를 누비며 희한한 동물과 무시무시한 병원체를 쫓고, 과학자들을 만나고, 숨겨진 역사를 발굴해 낸다.

마치 인디애나 존스 같은 모험담과 생물학, 의학, 진화론, 생태학 그리고 수학을 버무린 짜릿한 곡예를 펼친 후 무거운 결론 하나를 우리 앞에 던진다.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고정 필진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과학저술가인 저자는 전 세계의 정글과 늪지, 고산지대와 외딴 섬을 누비며 생태학, 자연사, 질병, 진화 등이 접목된 독특하고 흥미로운 기사와 책을 쓰고 있다. 자연사 저술 분야에 수여하는 존 버로스 메달을 받은 ‘도도의 노래’를 비롯해 10권이 넘는 논픽션과 소설을 발표했다. 전미잡지상, 미국 문예 아카데미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580쪽, 2만2000원.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