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골퍼 최대 욕구는 비거리… ‘고반발’ 찾는 80%가 시니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형규 대표가 지난 12일 경기 성남의 본사 전시장에서 다양한 골프클럽을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이형규 ㈜뱅골프코리아 대표

이형규(59) ㈜뱅골프코리아 대표는 최근 10년 사이 ‘노란색 장타 드라이버’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90세 골퍼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보내려고 고민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경기 성남 판교 초입 한국골프회관 내 집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골퍼들의 가장 큰 욕구는 비거리”라면서 “90세가 넘은 골퍼도 찾아와 피팅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골퍼들이 나이가 들면서 골프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건 비거리 감소 탓”이라면서 “이들에게는 15년 전 팔팔하던 시절의 비거리가 행복을 찾아준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장타클럽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3년. 260야드를 보내는 장타자였던 그가 처음 만든 ‘뱅’ 드라이버는 300야드를 치는 장타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2005년 국내의 한 장타대회에서 출전자 100여 명 중 45명이 뱅 드라이버를 사용했을 정도. 이때까지만 해도 공인 클럽이었지만 돈을 버는 데는 도움이 안 됐다. ‘쇠막대기’처럼 무겁고 딱딱해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이 사용하기 어려웠기 때문. 그는 장타자들이 사용하는 클럽 이미지를 ‘누구나 장타를 내는 클럽’으로 바꿔 변화를 꾀했다. 시행착오 끝에 일반인들도 만족할 ‘고반발 클럽’을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했고, 차츰 고객층이 넓어졌다. 뱅 드라이버의 헤드와 샤프트는 눈에 잘 띄는 노란색이다. 시중에 나온 보통 드라이버보다 배 이상으로 비싸게 팔았다. 이런 전략이 비거리에 목말랐던 절박한 ‘1%’에 먹혀들었다. 그래서 그가 만든 뱅 드라이버의 고객 중 80%는 시니어 연령대다. 여성층은 35% 정도. 최근에는 20∼30대 젊은 남성 고객들도 부쩍 늘었다.

이 대표는 테니스 라켓 세일즈로 시작해 1989년 대륭스포츠를 창업했다. 당시 국방부와 육군본부가 있던 서울 용산구 삼각지에 자리를 잡았다. 테니스를 즐기던 장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방대학원에서 교육받는 고위공무원, 영관급 이상 장교들 사이에 골프붐이 일면서 골프채 수요가 많아졌다. 이 대표 역시 골프채를 판매하면서 골프를 배웠다. 2000년에는 전 직원을 스포츠센터에 등록해 ‘단체’로 골프를 배우게 했다. 골프장이나 연습장에서 이 대표가 운영하던 매장이 10개가 넘을 정도였다.

이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는 81타. 아직껏 70대 타수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유가 있다. 2006년 교통사고 때문이다. 한 자선골프대회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차가 전파돼 그는 왼손목이 골절됐다. 손가락 마디도 으스러져 두 달 가까이 입원하면서 재활했다. 하지만 골프채 그립을 제대로 잡을 수 없었다. 왼손의 악력이 현저히 떨어져 클럽이 틀어지는 바람에 스윙조차 버거웠던 것. 지금도 그립을 잡는 손이 부자연스럽고 통증이 전해진다고. 이 대표는 이후 몇 년 동안 클럽 개발에만 몰두해 골프채를 손에서 내려놓은 아쉬움을 달랬다. 우드 형상의 아이언을 개발한 것도 이 무렵이고, 고객들의 니즈를 고려해 200g대 초반까지 가볍게 만든 프리미엄 모델 ‘핑크’, 시니어를 위한 ‘블루’ 컬러 다양화 등도 이 시기에 나온 아이디어다.

‘고반발’ 페어웨이 우드에 얽힌 에피소드. 우드를 구입했던 60대 주말골퍼가 찾아와 “새로 산 우드 때문에 내기에서는 졌지만 희망을 봤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평소 파4 홀에서 ‘파온’이 힘들었던 그가 번번이 그린을 넘기는 바람에 해저드에 빠지거나, 벙커로 들어가 타수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자신감을 찾게 해줬다는 것.

이 대표가 만든 뱅 골프클럽 중 고반발 드라이버만 공식 대회에서 사용할 수 없다. 15도가 넘는 페어웨이 우드나 유틸리티 클럽은 공식 대회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드라이버는 거리를 너무 멀리 보내게 하지 않기 위해 ‘반발계수(0.83이하)’로, 아이언은 백스핀이 지나치게 걸리지 않도록 ‘그루브’로 규제하기 때문이다. 즉, 아이언은 고반발 규제가 없다. 그래서 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럽을 사용하는 시니어 투어 프로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 대표는 골프채에서는 반발계수가 거리를 늘리는 특효약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벙커 샷을 쉽게 할 수 있는 갈고리 형태의 ‘펀 조이’ 샌드웨지를 만들었다. 이 제품은 백스핀이 보통 웨지보다 9배나 많아 역시 공인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벙커에서 모래 저항을 줄여 편하게 샷을 하고 백스핀을 많이 걸 수 있어 지금도 주말골퍼들 사이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비싼 만큼 철저한 AS. 골퍼에게 최적화할 때까지 AS를 제공한다. 헤드가 깨지면 2차례 무료로 교환해 주고 샤프트 역시 1년 이내에 추가 비용 없이 교체해 준다. 이 대표는 요즘 평일 라운드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대회마다 뱅 클럽을 후원해 왔기에 프로암 초청 등 업무 관련 행사에 주로 나간다. 간혹 주말에는 가족, 친구들과 라운드를 즐긴다.

이 대표는 “앞으로 연습을 더해 예전의 기량을 회복했으면 좋겠다”며 “내가 만든 골프채로 행복해하는 골퍼들이 더 많아졌으면 바랄 나위가 없다”고 강조했다. 선수뿐 아니라 모든 아마추어 골퍼들이 최첨단 피팅 시설에서 최적의 골프클럽을 사용하도록 사옥도 짓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