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fty+ >라오스 어린 선수들이 품에 안길 때… “이런 게 행복이구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만수 전 감독이 구단주로 있는 라오 J브라더스의 어린 선수들과 함께. 헐크파운데이션 제공

李 전 감독에게 재능기부란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용어가 있다. 다른 사람을 돕는 이타적 행위가 삶의 만족감을 높여 정신과 몸의 건강에 상당한 이로움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 ‘헬퍼스 하이’로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하락하고, 엔도르핀은 정상치의 3배 이상 상승하며, 타액 속 면역항체(IgA)가 늘어났다는 연구도 있다. 특히 삶의 목표를 재설정하는 은퇴 이후의 시니어들에게 효과가 높았다. 이만수 전 프로야구 SK와이번스 감독에게 재능기부는 무엇을 돌려줄까.

“14세 때 야구를 시작해 최정상에 서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 최정상에 서면 즐겁고, 노후 걱정 없이 평생 행복할 줄 알았다. 국내에서 선수로, 감독으로 최정상에 서보니, 그 기쁨이 1주일도 못 갔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하고도 그 기쁨은 열흘이 안 가더라. 그 뒤부터 그걸 지키려는 스트레스가 앞섰다.”

지금의 그는 어떨까.

“라오스에서 야구를 배우는 어린 학생들이 ‘아짱(선생님)’하고 부르며 다가와 품에 안긴다. 이런 게 행복이구나, 평생 느끼지 못한 걸 느꼈다. 국내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 ‘나도 열심히 야구 해서 나중에 감독님처럼 재능기부 할게요’하는 아이들이 나오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의 인생 경험을 들어주는 소년원생들을 보면 ‘여기에 참 잘 왔구나’하는 뭉클한 마음이 들더라. 재능기부로 내가 얻는 것이 더 많다.”

‘당장 프로야구 감독 제안이 오면 어떻게 할 건가’라는 게 그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다.

“현역 복귀는 내 손을 떠나 있는 일이다. 구단의 오너가 결정한다. 현역에 복귀하려 그 주변을 맴돌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거기에 내 인생은 없다. 그런 생활은 하고 싶지 않다. 당장 내가 좋아하는 재능기부만으로 바쁘다.”

사실 이 전 감독의 현역 시절엔 자유계약(FA)선수 제도가 없어 요즘 정상급 선수들만큼 큰돈을 만질 기회는 없었다. 그는 3년째 수입 없이, 현역 시절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다닌다. “얼마 전에 아내에게 ‘생활이 어떻게 되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당신이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마음 놓고 다녀라’라고 하더라. 그럴 생각이다. 하하.”

그는 “내가 여러 곳에서 강연할 때 항상 하는 얘기가 ‘Never ever give up!’,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거다. 포기하지 않을 때 ‘인생 2막’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