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눈가리고 아웅’ 지방 중소도시 인구유입정책 한심

지난 추석 명절 연휴, 전북 부안에 있는 친척 집을 방문했다가 친척 오빠로부터 부안군에서 지급하는 향토 장학금을 못 받게 된 사연을 전해 들었다. 친지의 부탁으로 주소지를 잠깐 다른 지역으로 옮긴 뒤 되돌려 놨는데, ‘관내 주소 2년 이상 거주 학생’ 대상 지급 기준에 걸려 학자금 지원을 못 받게 된 것이다. 이 오빠는 주소를 옮기도록 부탁한 친척 공무원에게 하소연했지만 학자금 지원을 다시 받을 뾰족한 방법은 없어 난감해했다.

지방의 중소 도시마다 인구 감소와 고령 사회로 인구 늘리기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소속 공무원들에게 인센티브까지 줘 가며 인구 유입 정책을 펴고 있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 인구 유입 정책 그 자체를 나쁘게 볼 수만은 없지만 공무원들이 압박감에 못 이겨 주민등록법을 어기며 과잉 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안은 약간 다르지만 주소지를 옮기는 학생들에게 현금을 지급한다는 정책도 비판을 받고 있다. 행정기관이 나서서 지역 대학에 유학 온 학생이 주소지를 옮기면 학기별로 10만 원, 최대 80만 원까지 학자금을 지급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학교생활 기간만 거주하다 졸업 후 고향이나 다른 지역으로 갈 텐데 주민등록증상 주소지를 옮겼다는 것만으로 학자금을 지급하는 것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예산 낭비 정책 아닌가.

김지예·전주 상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