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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20일(金)
보수통합, 가치 정립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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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정치부장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통합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국민은 별 관심이 없다. 명분도 진정성도 절박성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하면 통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물론, 되더라도 ‘그들만의 통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두 야당이 통합에 매달리는 것은 정치 일정상 추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현재의 구도가 유지되면 여당 압승과 야당 궤멸은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광역단체장 당선자는 유력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렇다고 시간에 쫓겨 무조건 합치고 보자는 것은 의미가 없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대만을 명분으로 삼은 채 머릿수 늘리는 이합집산에 그치면 통합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란 같은 뿌리의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파탄의 공범’이다. 따라서 통합을 통한 보수정당 재건의 출발은 박근혜 정부의 청산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러나 청산은 고작 출발점일 뿐이다. 보수정당에 대한 국민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서는 우선 지지 사실 자체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정도의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 관심을 바탕으로 보수정당이 미래를 맡길 만한 가치와 비전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진보 27.1%, 보수 27.7%, 중도 38.4%(방송 3사의 지난 5월 대선 출구조사)였던 국민 이념 성향이 급격히 진보로 기울어 최근에는 민주당 49.1%, 한국당 18.3%, 바른정당 6.2%(리얼미터 10월 3주차 조사)로 집계됐다. 이 같은 수치는 보수정당의 재건이 더 이상 ‘세력’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임을 재확인시켜준다.

제대로 된 보수주의는 문재인 정부와 경쟁할 수 있는 가치들을 갖고 있다. 편가르기를 하지 않고 국민 전체를 정치와 정책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점,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되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법과 질서를 존중한다는 점, 관행과 전통을 중시하되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경험을 토대로 효율적인 변화 방식을 찾아낸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과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정책이나, 수월성 교육과 능력에 따른 사회적 역할 배분을 수용하는 노선은 혁신과 창조가 강조되는 미래에 ‘진보주의’보다 더 진보적일 수 있다.

보수주의 가치를 정립했다면 혁신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지도부는 물론 현역의원들까지 새로운 보수정당 건설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홍준표 대표든 유승민 의원이든 필요하다면 차기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 파격 공천을 통해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당장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청소년에 대한 정치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대한 반발 심리와 학계·문화계의 비판적 속성으로 인해 보수주의에 대한 청소년들의 왜곡된 인식은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돼 왔다.

미국의 보수주의 운동은 3단계를 거쳐 꽃을 피웠다.(황성준 저 ‘Ex-Communist의 보수주의 여행’) 첫째, 보수주의란 용어 자체를 경원시하던 상황에서 소수의 분열된 보수주의 지식인 운동을 묶어 주류로 끌어올린 ‘내셔널리뷰’의 창간(1955년)이다. 둘째, 서재에 존재하던 보수주의의 흐름을 젊은 피와 결합해 운동으로 승화시킨 ‘자유를 위한 젊은 미국인’의 결성(1960년)이다. 셋째, 배리 골드워터라는 보수주의 정치인을 통한 정치세력화였다. 사실 골드워터는 1964년 대선에서 민주당 린든 존슨 후보에게 공화당 역대 후보 중 가장 큰 표 차로 패배했다. 그러나 이 참패를 계기로 미국 공화당의 몰이념적 무사안일주의가 개선되고 ‘내셔널리뷰’와 ‘자유를 위한 젊은 미국인’을 통해 성장한 골드워터의 아이들은 마침내 레이건 보수주의 혁명의 중심세력으로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보수주의 혁명을 이루는 계기가 될 때에만 역사적 사면을 받을 수 있다. 보수주의는 과거의 유산을 존중하되 폐단은 과감하게 혁파한다. “자유를 수호하는 데 있어서 극단주의는 악이 아니고, 정의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온건한 것은 덕이 아니다”라는 골드워터의 말처럼 지금 한국의 보수정당은 정의를 추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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