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푸드 X파일>산삼보다 나은 도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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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광주리로 철철 넘누나/(중략)/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강원도 금강산 백도라지/도라지 캐는 아가씨들 손맵시도 멋들어졌네.”

‘도라지 도라지’로 시작되는 경기 민요 ‘도라지 타령’엔 설사로 힘이 쏙 빠진 사람도 한번 부르고 나면 벌떡 일어설 것 같은 특유의 흥이 있다.

인삼 먹으면 활력이 생기듯이 도라지도 흥을 주는 마술 같은 힘이 있다. 인삼처럼 사포닌(saponin)이 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일 인삼, 이 더덕, 삼 도라지’란 말도 있다. 세 식물은 사포닌이 함유된 것이 공통점이다. 사포닌은 호흡기 점막의 점액 분비를 늘려 가래를 삭여 준다. 각종 질병에 대한 면역력도 높여 준다. 인삼이 차광막이 필요한 음지식물이라면 도라지는 햇볕이 잘 드는 양지를 선호한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현미·사과와 함께 ‘10월의 식재료’로 선정한 도라지는 우리 선조가 귀천(貴賤)을 가리지 않고 즐겨 먹은 채소다. 기제사(忌祭祀)엔 식물의 뿌리·줄기·잎채소로 삼색(三色) 나물을 구성해 한 접시에 담는 것이 우리네 오랜 풍속이다. 여기서 도라지나물은 단골로 들어가는 흰색 나물이다.

도라지의 수명은 3년가량이다. 한 장소에서 3년가량 자라면 대개 뿌리썩음병이란 바이러스 질환이 퍼진다. 인삼이 6년, 장뇌삼이 12∼18년, 산삼이 50년 이상인 것에 비하면 단명(短命)인 셈이다.

‘10년 묵은 도라지는 산삼보다 낫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 같다. ‘장수 도라지’를 키우려면 3년마다 옮겨 심어야 한다. 재배지 이사 방식을 이용해 20년가량 키운 것이 ‘장생도라지’(상품명)다.

민간과 한방에선 도라지를 폐에 이로운 식물로 여긴다. 흰색은 음양오행의 금(金)에 해당한다. 폐·기관지 등 호흡기와 관련 있는 색으로 친다. 평소 호흡기가 약한 사람에게 도라지 외에 무·콩나물 등 흰색 식품을 권장하는 것은 그래서다. 우리 조상은 도라지(뿌리)를 캐 말려 뒀다가 탕약으로 만들어 진해·거담·해열과 백일해·폐결핵·천식의 자가(自家) 치료 약재로 썼다.

‘동의보감’엔 “도라지는 성질이 약간 따뜻하고 맛은 맵고 쓰며 독성이 조금 있다. 숨이 가쁜 것을 치료하고 온갖 기운을 내려주며 목·가슴·옆구리가 아픈 것을 치료한다. 원인 불명의 배앓이·설사·각혈·가슴앓이 등도 없애준다”고 기술돼 있다.

허준 선생은 도라지를 사철 즐기셨던 것 같다. “사계절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는 대목이 나온다. 농진청은 ‘10월의 식재료’로 꼽았지만 도라지는 곰취·두릅·고사리 등과 함께 봄나물을 대표하기도 한다. 도라지의 한방명은 길경(桔梗)이다. ‘귀하고 길한 뿌리가 곧다’는 뜻이다. 대개 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린 것을 약재로 쓴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 목이 아프거나 기침·가래·해소·천식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도라지 끓인 물을 수시로 마실 것을 추천한다.

도라지를 끓여 차로 달여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말린 도라지나 꿀에 잰 도라지 청을 이용해 차로 만들어 마시면 목의 통증을 덜 수 있다. 도라지는 꿀과 ‘찰떡궁합’이다. 둘을 함께 섭취하면 도라지에 부족한 칼로리를 꿀이 보충해주고, 도라지의 쓴맛을 줄일 수 있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