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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24일(火)
자선과 ‘열린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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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헝가리 난민 출신 미국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87)가 자신이 설립한 열린사회재단(OSF)에 180억 달러를 내놓으면서,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그의 자선 철학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뉴욕에 본부가 있는 열린사회재단은 경제진보, 사법 정의, 차별철폐, 인권, 언론자유 등 총 10여 개 부문에 걸쳐 전 세계에 기금을 제공하며 지원사업을 한다. 올 집행 예산만 9억4000만 달러다. 아동 및 보건 문제 등 특정 이슈에 집중하는 여느 자선재단과 달리 글로벌 이슈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소로스가 만든 국제기구 같다는 느낌마저 준다. 소로스의 ‘열린 사회’ 개념은 그의 스승인 카를 포퍼가 1945년에 쓴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 나오는 것으로, 언론 및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주의 사회를 뜻한다.

소로스는 원래 살아생전의 자선 원칙을 견지해왔던 인물이다. 창립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 자선재단이 엉뚱하게 운영되는 것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1년 ‘뉴욕 리뷰 오브 북스에 기고한 자선 에세이에서 “내가 세상을 떠날 때 열린사회재단도 문을 닫겠다고 생각했으나 인위적으로 끝내는 것은 좋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썼다. 이후 그는 재단 영속화 구상을 본격화면서 기금 추가 투입에 나섰다. 소로스의 이번 기부로 열린사회재단은 320억 달러(36조 원)의 자산을 갖게 되어 435억 달러를 보유한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 다음으로 큰 재단이 됐다.

소로스가 다시 한 번 열린 사회 정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및 중앙아시아 곳곳에서 스트롱 맨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냉전 해체기에 소로스는 열린사회재단을 통해 구소련 및 동유럽의 민주화를 지원했지만, 최근 들어 러시아와 폴란드 등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소로스가 세운 유럽중앙대를 폐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소로스는 “공산주의 국가를 민주주의 국가로, 폐쇄 사회를 열린 사회로 나가도록 하는 내 싸움은 지속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슈퍼 파워 미국의 힘은 바로 민주주의와 열린 사회를 위해 기부하는 소로스 같은 존경받는 부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빈곤층 지원이나 장학사업 수준에 머문 한국의 기부와 자선이 가야 할 길은 그만큼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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