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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24일(火)
공무원 늘리면 규제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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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연세대 교수·경영학

‘파킨슨의 법칙’은 공직사회의 속성을 설명하는 조직이론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노스코트 파킨슨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 해군의 함정과 병력 수는 각각 67%와 31%씩 줄어든 반면, 해군 행정인력은 오히려 78%가 늘었음을 발견하고 이 이론을 만들었다. 파킨슨의 법칙은 공직사회에서 공무원 수는 해야 할 업무의 양과 관계없이 늘어나는 속성이 있으며, 공무원이 늘어나면 1인당 업무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인력이 늘어난 만큼 업무량도 함께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늘어나는 공무원 업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부 규제와 간섭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통해 앞으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공무원 충원 규모는 17만4000명에 이른다. 공무원 증원이 현실화하면 앞으로 5년간 17조 원 이상 공무원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 지난 5월 공무원 증원계획이 처음 발표됐을 때 공무원 시험 열풍이 불어 국가직 9급 채용시험에 22만8000명이 응시해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다. 공무원 증원계획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이 크게 늘어 20대 비(非)경제활동인구 증가로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공무원 증원은 재정 부담과 공시생 급증과 같은 부작용만 초래하는 게 아니다. 공무원 수가 늘어나면 궁극적으로 정부 규제가 늘어나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8년부터 2015년에 이르는 7년간 공무원 수는 96만 명에서 102만 명으로 늘어났는데, 이 기간에 정부 규제 건수는 1만1000여 건에서 1만4000여 건으로 크게 늘었다. 공무원 수가 증가하면 정부 규제도 함께 늘어난다는 이론이 통계로도 입증된 셈이다.

규제가 많아질수록 공무원 권한이 커지는 속성 때문에 공무원이 늘고 조직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새로운 규제와 간섭이 생겨난다. 비대해진 공무원 조직은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실행을 어렵게 해 왔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고 했고,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겠다고 했지만, 정부 규제는 이들 행정부에서도 줄어들지 않고 계속 증가했다.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 완화를 정책 과제로 외쳐도 공무원이 늘어나면 규제도 따라서 늘어나는 현상은 공무원 조직의 피할 수 없는 속성이다.

한국이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4차 산업혁명시대 준비에 뒤처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도 구시대적인 산업 환경 틀에 맞춘 정부 규제에 있다. 현행법상의 제도나 규제로는 자율주행차나 공유경제, 드론, 3D 프린팅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따라갈 수 없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입증해 준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의 48%가 지난 1년 새 정부 규제로 신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핀테크 기업의 사업 차질 경험률(71%)이 가장 높았으며, 신재생 에너지(65%), 무인 이동체(50%), 바이오 헬스(44%), 정보통신 융합(34%) 분야도 사업 차질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이들 기업이 새로운 기술에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 규제를 최대한 줄여나가야 하는데, 앞으로 공무원 증원으로 정부 규제가 오히려 늘어난다면 선진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무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을 증원하는 정책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정부 규제를 과감히 줄여야만 민간부문의 활력이 살아나고 기업은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참석해 신산업 분야에 일정 기간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는 법으로 금지할 것만 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시의적절한 정책이다. 하지만 향후 5년간 공무원 수를 17만 명 이상 늘리면서 어떻게 정부 규제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규제 완화는 이전 정부들처럼 말의 성찬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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