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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24일(火)
‘사드’ 넘은 韓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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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 부장

지난주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17, 18일 양일간 열린 제11차 한중작가회의로 양국의 시인, 소설가 40여 명이 서로의 작품을 낭독하고 토론하며 문학적 이해를 도모하는 자리였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의 구체적 결실을 말하기에 앞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양국 간 각종 교류가 연이어 취소되는 상황에서 행사가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뜻깊다. 이번 회의의 중국 측 주최자는 지린성 작가협회로, 작가협회가 중국 공산당 산하 기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꽉 막힌 양국 간 공식 문화 교류의 숨통을 틔우고 지속가능한 끈을 이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중작가회의는 2007년 지중파 문학평론가 홍정선 인하대 교수가 산파 역할을 해 상하이(上海)에서 첫 회의를 연 뒤 매년 양국을 오가며 개최돼 왔다. 출발 당시 내건 ‘10년간 계속하겠다’는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경북 청송에서 열린 10차 회의로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하지만 지린성 작가협회가 강하게 개최를 원해 11차 회의가 이뤄졌다. 한국 측으로서도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주가 있고 고구려 문화의 발상지이며 한국과 역사적으로 관계가 깊은 지린성에서 한중작가회의 10년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다 보니 회의가 성사되기까지, 또 진행 과정도 쉽지 않았다.

사드 문제가 불거지면서 당초 6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회의는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다 이번에야 성사됐다. 어렵게 만들어진 자리인 만큼 현장에서 만난 중국 측 주최자들은 조심스러워 했고, 행사가 조용히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게다가 일정이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와 겹치면서 17, 18일 공식 일정을 마친 뒤 한중 작가들이 함께 떠나기로 한 지안(集安) 문화 기행은 그 전날 취소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지안으로 가는 도로가 공사 중이라 위험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공산당대회 기간에 작은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라도 생길까 염려한 탓이었다. 사드 문제에 공산당대회가 겹친 시기에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을 마주한 국경 지대에 한국 작가들이 대거 방문하는 일이나 중국 작가들이 고구려 왕릉 답사에 동행하는 일은 그 자체로 모두 ‘불미’스러운 일이었다.

이런 상황을 맞고 보니 이 회의 개최 자체가 더욱 놀랍게 느껴졌다. 몇 달 연기되긴 했지만, 이번 행사가 열릴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측 주최자들이 책임지고 행사를 밀어붙인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난 10년간 양국을 오가며 쌓은 관계와 신뢰가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 행사에서 만난 중국 작가들은 하나같이 그 전엔 한국 문학을 전혀 몰랐는데 이 회의를 통해 한국의 시와 소설을 알게 됐다고, 그보다 더 귀한 것은 한국 작가들과 친구가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란 입체적인 것이고, 시간을 들여 쌓아가는 것으로, 하루아침에 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현실적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넘어설 순 없어도 최소한 관계를 이어가게 하는 문화적 신뢰를 쌓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우리 사회의 공적 자산으로 얼마나 필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c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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