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수사 동원… “정치검찰 무한 루프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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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개혁 외치며 줄였던 특수부… 전국서 다시 차출

“검·경 수사권을 조정한다면서 경찰로 수사의뢰 하지 왜 검찰로 다 보내나. 정치적인 수사는 정말 그만 보냈으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검찰에 수사를 마구 떠넘기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오는 검찰 내부의 반응이다. 법조계에서는 “정권이 검찰을 ‘정치 검찰’의 무한 루프에 던져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혁의 일환으로 특수부 수사 인력을 줄였던 검찰은 기껏 줄인 인력을 다시 투입할 정도로 적폐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검찰개혁을 외치면서 오히려 검찰에 정치적 수사를 떠넘기는 것은 검찰과 정권 모두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4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이미 네 차례 원세훈 전 원장 등 전·현 주요 간부들을 대거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지난 8월 21일과 9월 1일 민간인 댓글 부대 운영 관련자 48명을 수사의뢰한 것을 시작으로 9월 14일과 29일, 10월 19일 엄청난 양의 국정원 내부 문서와 함께 검찰에 ‘일감’을 던져줬다. 여기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사건 관련 수사의뢰도 금명간 이뤄질 전망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조사하겠다고 밝힌 게 13건”이라며 “북방한계선(NLL)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조작,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 등도 결국 검찰에 수사의뢰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정원 관련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2·3차장 산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기자와 검찰 관계자 간 대화에서 어떤 사건 관련 질문인지 재차 설명해야 하는 해프닝도 자주 벌어진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취임 후 내세운 원칙대로 대폭 줄였던 전국의 공안부·특수부 검사들을 다시 서울중앙지검으로 불러 모아야 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청와대도 지난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를 첫 보고 한 시간이 조작 의혹이 있다며 관계자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교육부마저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찬성 여론을 조작한 의혹에 대해 관계자들을 수사의뢰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정권 교체 후 잘 보이겠다고 난리도 아니다”라며 “모든 정치적 사안이 검찰로 넘어오는 것은 정상적인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런 식이면 검찰이 계속 정치적 요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