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北核이 日유권자 保守 경향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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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

지난 22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는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의 성격이 강했다. 선거 직후 ‘아베 총리 계속’이라는 일본 언론의 1면 헤드라인을 보더라도 일본의 관심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아베 총리가 국회를 해산할 때만 하더라도 모리·가케 학원 문제로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정권의 앞날이 불투명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 달리 야당이 선거 전부터 지리멸렬하면서, 정책선거를 하긴커녕 반(反)아베 표를 분산시킴으로써 자민당이 압승한 것은 그리 놀라운 게 아니었다.

자민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초미의 관심거리는 희망의당과 입헌민주당 중 어느 당이 제1야당의 위치를 차지하느냐였다. 초기에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당이 자민당을 위협하면서 일본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고이케 개인의 인기에 의존했던 희망의당은 고이케의 오만과 판단 미스로 결정타를 맞으면서 희망의당이 일으켰던 바람이 금세 사그라들었다.

언론에서는 고이케 지사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제1야당 민진당 의원들을 ‘배제’하면서 정권교체의 꿈은 사라졌다고 한다. 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희망의당은 절망적인 결과로 향후 당이 분열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비해 이번 선거에서 제1야당이 된 입헌민주당의 선전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리버럴들이 결집해 아베 반대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 관심이 모아진 것이다. 그러나 자민당의 대안으로 다시 리버럴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데는 회의적이다.

선거 결과 아베 정권은 적어도 2020년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국민의 아베 총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결국 그 정치적 대안을 찾지 못해 아베 총리를 다시 선택한 것이다. 아베 총리가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기보다는 자민당 1강 체제가 계속 유지되면서 아베의 독주 체제를 만든 것이다.

이번 선거가 일본 정치사에 주는 의미는 우선 안보의 이슈에서 더는 보수-진보의 대결 구도는 사라지고 보수의 논쟁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아베 총리가 북핵(北核)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것에 야당들도 반대하지 못했고, 안보 이슈에 끌려다니는 양상이었다. 그만큼 일본 국민이 보수화했기 때문에 리버럴의 논의는 설 자리가 없었다. 게다가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의석 3분의 2는 이제 일본 정국에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선거 전부터 개헌(改憲)에 찬성하는 의원이 근 80%였다는 점에서 더는 핫 이슈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지금까지 일본 정치권 내에서 금기시됐던 개헌에 대한 거부감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점차 사라지게 됐다. 앞으로 개헌 논의는 아베 총리가 상정한 프레임(예를 들면, 자위대 명기)이 중요한 논점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베 총리가 급하게 개헌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란 게 일본 정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제는 국회에서 개헌할 수 있는 의석을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국민투표에서 과반 지지를 얻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따라서 우선 공명당을 설득하는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개헌을 현실화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수도 있다. 헌법 제9조의 장애물은 정치권에서는 사라졌을지라도 일본 국민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북핵 문제의 진전도 개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