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프로축구장서 ‘안네의 일기’ 낭독”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밀란의 마우로 이카르디(오른쪽)가 25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주세페 메아차 스타디움에서 열린 삼프도리아와의 세리에 A 경기를 앞두고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낭독한 뒤 소년에게 건네고 있다. AP 연합뉴스

伊축구협회, 反유대 논란 대응

2차대전 중 나치에 의해 아우슈비츠에서 학살된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의 일기가 이탈리아 축구장 전역에서 일제히 낭독된다.

이탈리아축구협회는 25일 오전(한국시간) “세리에 A(1부), 세리에 B(2부), 세리에 C(3부) 등 이탈리아의 프로축구 리그의 다음 경기 직전 안네 프랑크의 일기 중 한 구절을 낭독한다”고 밝혔다. 이는 라치오 과격 팬들을 징계하는 의미다. 일부 라치오 팬들은 지난 23일 라치오-칼리아리의 경기에서 라이벌 AS 로마의 유니폼과 안네 프랑크를 합성한 사진을 경기장에 내걸었다. 유대인과 AS 로마를 조롱하려는 의도였으며, 유대인 공동체와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등 각계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라치오의 극성 팬들은 “AS로마는 유대인 팀”, “아우슈비츠는 너희들의 고향, 오븐은 너희들의 집” 등 폭언을 일삼아왔다.

이탈리아축구협회는 이탈리아유대인공동체와 협의해 안네의 일기 낭독이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안네 프랑크의 사진을 모욕과 위협에 활용하는 것은 비인간적일 뿐”이라며 “80년 전 반유대주의의 잔혹성에 오염된 이탈리아로서는 경악할 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라치오 구단은 고개를 숙였다. 클라우디오 로티토 라치오 회장은 24일 선수들을 대동한 채 로마의 유대인 예배당에 찾아가 유감을 표명하며 헌화했다. 라치오 구단은 또 매년 200명의 젊은 팬들을 아우슈비츠에 견학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26일 볼로냐와의 원정경기 워밍업에선 안네 프랑크의 얼굴이 새겨진 옷을 입기로 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