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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A U.S. View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25일(水)
美·北 ‘트랙 1.5’ 환상 버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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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외교관 등을 초청해 1.5 트랙회의를 자주 주최하는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의 회의 장면. 자료사진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David Straub

북한 문제를 보도할 때 한국의 대중매체는 미국이나 세계 다른 나라 언론에 비해 아주 정교하고 상세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중대한 약점이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에 대한 한국 내부의 본질적인 이데올로기적·정파적 입장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보도를 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차이는 북한 문제에 대한 분석이나 전망을 넘어 ‘사실(fact)’의 전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런 경향은 아주 깊이 뿌리박혀 있어 고치기가 힘들 정도다. 보도의 오류가 단순히 게으름이나 선정주의 때문이라면 쉽게 바로잡고 재발도 막을 수 있을 텐데, 정파성에 기인하면 대책이 없다.

북한과 관련한 선정적 보도의 대표적 사례는, 북한 외교관과 미국 시민, 때로는 전직 미 관리들의 회동에 대한 것이다. 한국 언론 매체들의 일상적 보도는 사실을 오도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 회합은 대개 1.5 트랙으로 불리는데, 이것은 정부 관리들만이 참여하는 회동을 트랙 1, 비정부 인사들만의 회동을 트랙 2로 수십 년 전부터 불러온 것과 구별하기 위해서다. 이런 1.5 트랙회의는 매년 몇 차례씩 열리는데 늘 그렇듯이 특별한 것은 없고 통상적인 내용일 뿐이다. 그것은 북한의 참여 인사들이 사실은 특별히 선발된 관리들이고, 미국 측 인사들에게 하는 말 또한 모두 사전에 지시받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1.5 트랙회의 옹호론자들은 그런 자리가, 북측 인사들이 미 정부 측에 밝히기 민감한 내용을 미측 참석자들에게 비공식적 발언을 통해 밝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북한의 외교관들이 막후에서 무엇을 말하든 간에 그들은 북측 정부관리로서 말하는 것이며, 그 발언이 미국 정부에 전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럼 이 같은 중개상들이 정말 소용 있는 것일까? 정답은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이다. 그간의 사례를 봤을 때, 그런 1.5 트랙 회동에서 실제로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난 25년 동안 거의 중단 없이 미 국무부 관리들은 뉴욕의 유엔 무대에서 이른바 ‘뉴욕 채널’로 불리며 북측 인사들을 만나고 의사소통을 해왔다. 이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인들도 다양한 목적으로 북한인들을 만나고 있다. 때로는 긴장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진정한 바람에서, 때로는 이름값을 노리고 대북 관여정책을 지지하는 후원자의 지원하에 협상을 하기 위해 그렇게 하기도 한다. 북측은, 미국의 정책이 북한 문제 해결에 현저한 장애가 되고 있다는 듯한 현혹적인 주장을 펴기 위해 미측 인사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북한 외교관들도 1.5 트랙회의를 좋아한다. 주최 측이 제공하는 비즈니스 클래스의 항공권으로 해외여행도 할 수 있고, 체류비와 식비는 물론 때때로 회의 참석 대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그런 회의가 미국에서 개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 외교관에게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제3국에서 열리는 그런 회의에 대해선 저지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막지 않았다. 또, 미국 참석자들은 물론 재정적 후원자들이 반발할 수도 있다. 미 정부의 간섭이 결과적으로 북한과의 잠재적 의사소통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다. 그런 회의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때 미 정부는 늘 그것이 정부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얘기해왔다. 그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여전히 한국의 여러 매체는 미·북 1.5 트랙회의와 관련해 미국 참석자들이 마치 미국 정부의 지침에 따라 행동하는 듯 보도하고 있다. 그러한 경향은 특히 미국의 참석자들이 정부 전직 인사들일 때 더 두드러진다. 때때로 그런 회의가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와 마치 연관된 것처럼 해석되기도 한다. 가장 황당한 사례 중 하나가 지난해 미국 대선 직후 발생한 사건이다. 한국의 주요 TV방송 기자가 미국인과 북측 인사가 만나고 있는 것을 한 호텔에서 발견했고, 그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기다렸다. 그 미국인은 출범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가까운 인사가 전혀 아니었음에도 현장 비디오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리고 그 기자의 리포트는 저녁 뉴스의 톱으로 이틀씩이나 방송됐다. 특종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언론의 속성은 이해하지만, 실상을 오도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이 모든 얘기는 한국 기자들의 보도와 관련해 공공연한 비밀인데, 여전히 제대로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선정적이고, 때때로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보도가 지속되고 있다. 북한 문제는 특별히 한국인들에게 너무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주요 언론 편집자들이 한국의 독자들과 여론을 오도하는 것일까. 아니면 북한에 대한 직접 취재나 사실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자신의 관점에 따라 보도하고 보는 것일까.

한국의 기자들은 좋은 교육을 받았고 언론인으로 잘 훈련된 똑똑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민주사회에서 시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핵심적 사명을 수행하는 데 수준 높은 직업적 책임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당면한 북핵 위기를 다루는 데는 물론 복잡다단한 통일 과정에서 한국이 중심을 잡고 올바른 대처를 하는 데 언론으로서 제대로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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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976년 미 국무부에 들어가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참사관, 한국과장 등을 역임한 뒤 2006년 퇴직, 한·미 관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를 저술했으며 현재 세종연구소 세종-LS 객원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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