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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25일(水)
이탈리아 지역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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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이탈리아를 여행했을 때의 일이다. 로마 중심가를 걷고 있는데, 한 중년 남자가 길에 가래침을 뱉는 것이었다. 얼굴을 찌푸렸더니, 동행했던 이탈리아 기자가 “저 사람 이탈리아 사람 아니야, 나폴리 X이야”라고 손사래를 치며 말하는 것이었다. 나폴리 사람인지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 이 기자는 “척 보면 안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 기자는 북부 밀라노 출신이었다. 베네치아를 방문했을 때는 더 황당한 일을 목격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술 취한 청년들이 이탈리아 통일 영웅 주세페 가리발디 동상에 소변을 보는 것이었다. “이 사람 때문에 베네치아가 이탈리아가 돼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베네치아가 독립국으로 남든지, 아니면 오스트리아가 돼야 했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22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주도 밀라노)와 베네토주(주도 베네치아)는 지방정부 자치권과 재정 통제권 강화를 요구하는 주민투표를 실시, 95% 이상의 찬성표를 받았다고 밝혔다. 두 지역 주지사는 세수를 중앙정부에 덜 내는 것을 골자로 한 자치권 확대를 중앙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자신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이 게으른 남부 지역 복지 예산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하고 있다. 이 두 지역의 생산량이 이탈리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탈리아는 오랜 기간 분열돼 있다가 1861년 하나의 국가로 통일됐다. 이에 지역 간의 문화적·언어적 이질성이 강하다. 특히, 서구화한 북부 지역과 지중해 문명권인 남부 지역의 격차는 매우 크다. 1991년엔 북부동맹(Lega Nord)이란 분리주의 정당이 결성됐다. 이탈리아를 연방으로 만들자는 것이 북부동맹의 핵심 주장이다. 문제는 자치를 넘어 아예 독립하자는 주장까지 있다는 점이다. ‘파다니아’란 국호(國號)도 이미 준비돼 있다. 파다니아는 이탈리아 북부의 포(Po) 평원을 뜻하는 말이다.

이 같은 사실은 통일 후 150년이 지났건만, ‘이탈리아 민족국가’ 건설은 아직 완수되지 못했으며, 자칫 잘못하다가는 깨질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지역감정 문제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 현재 대한민국 내부의 지역 갈등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일 이후 남북 간의 이질감을 해소해 진정한 ‘민족국가’를 건설할 과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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