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 릴레이 인터뷰>“‘실패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 한국선 위험한 조언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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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데니스 홍 美 UCLA 교수

美 ‘연구의 천국’불리는 이유는
실패해도 유용한 결과는 인정
韓, 금전손해 기사 쏟아졌을 것

미래는 발상의 전환으로 혁신
창의력·사고력 키우고 싶으면
추리소설 읽고 요리도 해보라

‘로봇 연구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로멜라(RoMeLa·Robotics & Mechanisms Laboratory)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데니스 홍(46·사진) 기계공학과 교수가 25일 한국 정부와 대학, 연구진 및 젊은층에 충고를 쏟아냈다. 홍 교수는 미국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를 개발한 세계적인 로봇 과학자다. 미국에서 태어난 뒤 3세 때 한국으로 들어와 대학(고려대 기계공학과)을 다니다 위스콘신대로 편입했다. 2002년 퍼듀대에서 기계공학 박사를 취득한 뒤, 로멜라 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취임했다.

모르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사실 홍 교수는 무인자동차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2007년 무인자동차 대회에서 3위에 입상할 정도의 높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무인 자동차를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로 개량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미국 유명 과학 저널 ‘파퓰러 사이언스’는 그를 ‘과학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 10인’으로 선정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로봇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그를 롤모델로 삼아 자녀를 로봇 과학자로 키우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홍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 내내 한국의 미래를 얘기하며 과학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는 한국의 연구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똑똑한 사람이 많고 훌륭한 사람도 많지만, 문제는 ‘로보월드’(세계적인 로봇축제)에 가보면 새롭고 창의적인 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콘셉트로 축제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다른 데서 본 것을 개량화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홍 교수는 연구하기 힘든 환경을 지목했다. 홍 교수는 “한국의 연구자들은 연구를 위해 정부에 연구제안서를 제출하면 그다음부터 정부로부터 계속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며 성과를 내도록 강요받는다”며 “그러다 보니 과학자들이 일본이나 미국의 잘하는 연구를 벤치마킹하게 되고, 결국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을 찾아 따라 하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이런 이유에서 “젊은이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하고 싶은데 한국 환경에서는 이런 조언이 다소 위험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가히 ‘연구의 천국’이라고 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로봇을 사고 현장에 보내야 했는데, 휴머노이드 대회를 개최하니까 미국에서는 매우 짧은 시간에 새로운 기술들이 엄청 쏟아져 나왔다”며 “원천기술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 실패를 용인하는 미국의 연구 분위기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 한국이었다면 연구 실패로 얼마를 손해 봤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과제를 받아 실패했을 때 그 연구 결과가 ‘쓰레기통’으로 가는 게 아니라 실패한 연구도 유용한 결과로, 가치 있는 연구로 인정해 주는 풍토가 아쉽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다소 회의적이었다. 당장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 세상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과장됐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홍 교수는 “로봇이 인간의 직업을 다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지금까지 로봇이 가져간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당장 5년 10년 내 이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홍 교수는 “특히, 로봇은 인공지능과 같은 분야가 아니어서 발전 속도도 같을 수 없다”며 “현재 스마트폰과 5년 전의 스마트폰이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자동차는 5년 전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는 ‘창의력’과 ‘발상의 전환’으로 바뀔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홍 교수는 ‘추리소설’과 ‘요리’를 추천했다. 홍 교수는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방법을 연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