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평화협정 이끈 ‘결정적 중재자’ 한국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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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추기경 ‘평화포럼’ 참석
전문가들과 남북화해 해법 논의

엘살바도르의 오랜 군사독재 정권을 비판하다 암살된 오스카르 로메로(1917~1980) 대주교를 도와 엘살바도르에 평화를 가져온 인물로 유명한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75·사진) 추기경 등 남미의 가톨릭 지도자들이 한국에 온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민화위)는 남미의 가톨릭 지도자들을 초청해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구하는 ‘2017 한반도 평화 나눔 포럼’을 다음 달 3∼4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연다. 다양한 정치적 분쟁을 겪은 남미의 가톨릭 지도자들에게 위기에 처한 한반도 문제의 조언을 듣는다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다. 그중 차베스 추기경은 로메로 대주교의 ‘살아있는 기억’이라 불릴 만큼 그를 가까이에서 보필했으며, 1992년 유엔이 나서 평화협정이 체결돼 12년간 내전이 종식되는 데 결정적인 중재자 역할을 했던 성직자다.

지난 5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역사상 최초로 보좌주교 직위에 있던 차베스를 추기경에 임명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차베스는 당시 보수적인 교황청과 남미교회가 로메로 대주교에게 했던 것처럼 배척당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메로 대주교가 봉직했던 대교구의 보좌주교를 추기경으로 서임함으로써 그동안 잘못을 바로잡고 보답했다. 그만큼 차베스 추기경에 대한 교황의 신뢰가 깊다.

한편 차베스 추기경은 지난 7월 4일 산살바도르 성당에서 봉헌한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에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라는 임무를 맡겼다”고 밝힌 것으로 해외 언론이 보도해 관심을 모았다. 이에 앞서 5월 중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교황청을 방문해 교황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던 상황이어서 이 같은 보도는 더 주목받았다. 이에 대해 민화위 위원장인 정세덕 신부는 “차베스 추기경이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과정에서 다소 앞선 보도가 나갔으며, 그가 교황의 지시로 한반도 문제의 중재를 맡은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2017 한반도 평화 나눔 포럼’은 3개 세션으로 진행되며 차베스 추기경, 멕시코의 카를로스 가르피아스 메를로스 대주교, 브라질의 오질루 페드루 셰레르 추기경 등이 첫 번째 세션 연사로 나선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아르헨티나·콜롬비아의 전문가들이 모여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평신도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한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