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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26일(木)
‘신고리 공론화’ 文정부 해석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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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정책학

신고리 원전(原電) 5·6호기 공사 재개가 결정됐다.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471명의 시민참여단은 재개를 선택했다. 공론조사라는 숙의(熟議) 민주적 방법이 동원된 이 사례는 찬반을 떠나 정책학의 입장에서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의제 형성의 관점에서 원전은 장기간에 걸친 체계적 에너지 정책의 산물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역대 정부에서 최고 전문가들이 장기적 에너지 수급과 산업경쟁력, 국민이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의 수준, 대체 공급원, 지구온난화 등 환경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확정한 것으로, 대선 공약을 통해 백지화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와 경주 지진을 이유로 환경론자들의 주장을 정책 의제화했다.

의제 형성 과정은 정책의 내용과 성격, 범위 등을 명확히 하는 문제의 정의(定義) 단계를 포함한다. 탈(脫)원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첫 단계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 꼭 필요한지, 공사 중단 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책을 명확히 정의하는 단계다. 그런데 이 사례에서는 문제 정의 과정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이미 탈원전을 공식화한 마당에 굳이 문제를 정의하고 그 파급 효과를 분석할 필요가 없다고 봤을 수 있다. 그보다는 원전의 안전성이나 장기적 폐해에 대한 확신을 가진 정책 주도 집단 내부에서는 이미 결정된 정책이기에 이를 분석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탈원전이든 원전 축소든 이를 합리적으로 추진하려면 환경과 안전에 대한 고려와 함께 반드시 산업경쟁력이나 국민의 부담, 한국형 원전의 안전도,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의 문제점과 우리의 유사 사고 발생 가능성, 다른 나라의 에너지 정책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했다. 다른 나라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 저감을 위한 친환경적 에너지 공급을 위해 원전을 선택하고 있는 이유도 확인했어야 했다.

다음으로, 공론화라는 숙의 과정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이 대통령과 정책 주도 집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확정됐다. 공론화가 복잡하고 의견이 팽팽히 맞선 의제의 결정에 적합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우선, 문제의 성격이 공론화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했다. 에너지 정책은 대다수 국가에서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 일관성을 갖고 추진하는 분야다. 그래서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공론화 과정을 통하더라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또, 공론화 방식을 대통령이 제안하고 국회가 이를 심의·검토해 확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국회를 통하면 될 일도 안 된다는 우스개도 있지만,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한 것은 민주적 과정으로 보기 어렵다. 공론화라는 숙의 민주적 과정을 택했다고 자신하는 대통령이 이를 선택하는 과정은 그다지 민주적이지 못했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원전 공사 중단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공약이었다지만, 30%의 공정이 진행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서서히 진행하면서 공론조사를 했더라면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끝으로, 더욱 이상한 것은 공론화 결과의 해석이다. 원전 축소와 현상 유지 또는 확대의 비율은 ‘55 대 45’였지만, 탈원전에 동의한 비율은 13.3%밖에 안 되는데 공론화위원회는 자의적으로 해석해 탈원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대통령도 원전 축소가 공론화위원회의 결론이라며 예정된 모든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월성원전 1호기도 임기 내에 앞당겨 폐로(廢爐)할 것을 검토한다고 한다. 결국, 공론화위원회의 결론이 기대한 것과 다름에도 당초 정책 방향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숙의민주주의란 말인가? 숙의 과정은 민주적이었으나 그 결과의 해석은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못했다.

새만금 방조제, 사패산·천성산 터널 등 수많은 국책사업에 반대했던 환경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말했다. “환경론자들의 주장은 단 한 번도 맞은 적이 없었다.” 그뿐이 아니다. 그들은 한 번도 책임진 적이 없다. 어쩌면 다음 또는 그다음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 과정을 적폐로 규정하고 다시 들여다보자고 할지도 모른다. 5년 주기 적폐청산의 쳇바퀴가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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