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公共 20만 무리한 정규직化, 철밥통 늘리기일 뿐이다

정부가 25일 공공(公共)부문 비정규직 20만5000명을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지 5개월여 만에 내놓은 로드맵이지만, 당시 기류와는 사뭇 다르다.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31만6000명 가운데 기간제 교사 등이 제외되면서 전환율은 64.9%에 그쳤다. 비정규직 제로는 환상이라는 걸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정규직화가 곧 직접 고용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공공기관 상당수는 자회사를 세워 파견·용역직을 고용하려고 한다. 비정규직도, 본사 정규직도 아닌 편법이다. 비현실적 공약을 업무도 경영 환경도 제각각인 853개 공공기관이 맞추려다 보니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악(惡)으로 치부하는 관점부터가 시대 흐름을 거스른다. 지난달 방한한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은 “임시직과 파견직을 비롯한 비정형 고용 형태가 기술 혁신과 공유 경제 등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라고 짚었다. 국내 전체 비정규직의 53%는 자발적 선택이었다. 고용의 형태가 아니라, 동일 업무에 임금 등에서 차별하는 관행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더라도 일률적인 호봉제 편입을 지양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정규직과 다른 급여체계로 급여·복지 등에서 기존 인력과 차별하는 정규직화는 위선이다. 자회사 형태의 고용도 마찬가지다. 노·노(勞勞) 갈등은 불가피하다.

역대 정부가 공공개혁에 나선 것은 심각한 비효율과 방만 경영 때문이다. 그런데 문 정부 정규직화 정책은 불요불급한 인력을 더 늘리는 식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임직원 수보다 많은 요금수납원·안전순찰원을 외주화했지만,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6700명이 넘는 요금수납원은 3년 후 스마트톨링이 시행되면 불필요한 인력이다. 20만 명의 신규 공공 정규직 또한 수요와 무관하게 남을 것이다. 성과급 시스템과 해고 유연성 확대가 선행되지 않으면 공공 일자리 늘리기는 철밥통 늘리기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