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본격화하는 ‘인권 탄압’ 對北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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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북한 인권유린 인물에 대한 미국의 맞춤형 제재가 시작됐다. 미국 행정부가 지난 26일 단행한 대북 조치는 2016년 2월 발효된 대북 제재 강화법에 따른 3번째 제재다. 국무부는 ‘북한 인권 침해와 검열 보고서’를 발표했고, 재무부는 개인 7명과 기관 3곳을 추가 제재했다. 정영수 노동상, 조경철 보위국장 및 김민철 주(駐)베트남 서기관 등이 포함됐다.

특히, 7명 개인의 혐의를 ‘노예노동’을 통한 외화벌이, 탈북자 강제 송환과 인권 탄압 등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이 제재로 러시아, 중국, 동유럽 및 중동 등 전 세계 42개국 12만여 북한 노동자의 노예노동이 축소될 것이다. 연간 10억 달러의 외화벌이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다. 또한, 북한 내부의 정치범 등 강제수용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것이다.

이에 앞서 미 하원은 북한 여행 중 억류돼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이름을 딴 초강력 대북 제재안을 지난 24일 통과시켰다. 북한을 국제 금융 체제에서 차단해 핵 개발 자금줄을 원천 봉쇄하는 게 법안 핵심이다. 특히, 세컨더리 보이콧을 명문화·의무화해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은행과 기업은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 체제 접근이 차단된다. 또, 유엔 안보리 결의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는 국제 금융기구의 지원이 금지된다.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외국 기업도 제재 대상으로 명시했다.

미국은 노동자와 수용소 인물들에 대한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북한을 전방위 압박할 태세다. 특히, 11월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3국 순방을 앞두고 강력한 대북 제재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양자 및 다자 제재를 통해 대북 경제 봉쇄와 외교적 고립에 이어 북한 인권 탄압에 대해서까지 ‘칼’을 꺼내 들면서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퇴출시키는 수준이다.

미국의 제재가 북핵(北核)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응징 측면도 있지만, 인류 보편적 인권에 대한 관심도 반영한다.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과 달리 우리의 대응은 엉거주춤 그 자체다. 2005년 처음 발의된 이후 지난해 3월에 겨우 통과된 북한인권법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하고 있다. 법 시행을 위한 핵심 장치인 북한인권재단이 이사진을 구성하지 못해 아직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인권재단의 업무가 북한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로 현 여권이 출범에 소극적이다.

여야 대치 정국이지만 북한 인권 개선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상식이다. 동포의 고통을 방치하면서 인권과 적폐청산을 외치는 건 위선이다. 정부·여당이 지향하는 남북대화의 목적도 궁극적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이어야 한다. 평양 권부의 소수 특권층만을 의식한 맹목적인 남북대화와 대북 지원은 외눈박이 사고다. 정부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 노력에도 적극 나설 때 인도주의 차원의 대북 지원도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유럽 우방 포르투갈이 42년 만에 북한과 외교관계를 중단했고, 멕시코, 페루, 스페인, 쿠웨이트, 이탈리아 등도 북한 대사를 추방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 이후 20개국 이상이 북한과 외교 또는 경제 관계를 끊거나 축소했다. 북한은 더는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이 될 수 없다는 메시지다. 자유와 번영은 폭압 정권 북한을 상대하는 최대의 비대칭 자산이다. 상식과 이성을 저버린 북한 체제의 인권 문제에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