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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10월 31일(火)
미래 앞당기는 과학적 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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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경제산업부 부장

공상과학(SF)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블레이드 러너’ 최신판을 극장에서 봤다.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은 자신의 1982년 작품을 35년 만에 리메이크하면서 제작자로 변신, 요즘 가장 뜨는 신예 드니 빌뇌브를 새 감독으로 기용했다. 그는 미래 지구를 무대로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More human than human)’ 복제인간(리플리컨트)이 인간만의 전유물로 여겼던 사랑과 자비를 앞서 실천하는 전작의 충격적인 설정을 이어가면서도 이번엔 인간과 기계의 융합이란 새 화두를 던졌다. 인간의 뇌 신경을 모방한 차세대 반도체 뉴로모빅 칩 개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뛰어들고, 인간의 신체에 기계를 달거나 이식하는 증강신체(Augmented Body) 같은 최신기술의 발전 경향을 반영한 듯하다. 빌뇌브 감독은 또 다른 SF 영화 ‘컨택트’에서도 결정론(인과율·절대주의)과 자유의지론(인간주체성·상대주의)의 대립이란 과학계의 해묵은 철학 논쟁을 영상으로 잘 구현해 화제가 됐다.

갑자기 영화 이야기를 꺼낸 것은 SF의 힘에 새삼 주목하고 싶어서다. 사실 ‘공상과학’이란 번역은 일본 문화의 잔재다. 원래 용어 ‘Science Fiction’은 과학 창작물을 뜻한다. 과학적 소재와 사고방식에 기반을 둔 만화, 영화, 소설, 게임 등의 콘텐츠다. 어릴 때 악당을 물리치는 로봇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푹 빠졌던 기억을 저마다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이 지금까지도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대국으로 불리는 것은 만화 ‘우주소년 아톰’에 상당 부분 신세 지고 있다는 게 일본인 스스로의 분석이다. 세계적인 과학자 중에서도 SF를 읽거나 보며 꿈을 키운 인물이 많다. 멀리 19세기 쥘 베른의 ‘달세계 일주’, H G 웰스의 ‘타임머신’ 같은 고전은 물론이고, 전후 세대 SF 작가인 아서 C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로봇’ 등은 소설 원작이 아니더라도 영화로 각색된 작품을 본 팬들도 적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SF의 과학적 공상은 수십 년, 심지어 100년 너머 미래를 앞당겨 보는 선지력(先知力)을 발휘한다. 비행기, 잠수함, 컴퓨터 등 발명품뿐 아니라 우주여행, 가상현실, 유전자 조작 같은 기술과 사회상은 모두 SF의 예언이 실현된 사례들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꿈꾸는 능력은 아직도 인공지능(AI)이 갖추지 못한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SF가 순수 문학보다 한 칸 아래 하류 장르 취급을 받는다. 추리·팬터지·로맨스 소설 등과 함께 그저 심심풀이로, 애들이나 보는, 싸구려 잡기로 매도당한다. 최근 순수 문학과 이쪽을 넘나드는 젊은 작가군이 나타나곤 있지만, 영미권이나 이웃 일본에서 받는 대접과는 현격한 차가 난다. 이래서야 4차 산업혁명은커녕, 과학기술 선진국을 꿈꿀 수나 있겠는가. 마침 한국 과학계 석학들의 모임인 한국과학한림원이 30일부터 11월 1일까지를 ‘2017 한국 과학주간’으로 선포하고 역대 노벨상 수상자 초청강연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국립과천과학관도 11월 5일까지 SF 축제를 벌인다고 한다. 어린이만큼 어른들도 많이 가서 비과학적 공포가 이성을 누르는 탈원전 세태의 반면교사를 느끼고 왔으면 좋겠다.

nosr@
e-mail 노성열 기자 / 경제산업부 / 부장 노성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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