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단 ‘보류’ 권고에도 문화재 지정 ‘부결’…증도가자 논란 새 국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증도가자 보물지정 신청 부결 결정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장에서 언론에 공개된 증도가자. 연합뉴스

고려시대에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증도가자’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4월 13일 증도가자에 대한 보물 지정 안건을 심의해 ‘부결’ 즉 지정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 국회 교육문화위의 문화재청에 대한 국감에서 증도가자 진위여부가 다시 거론되며 새롭게 공개된 당시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제2차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부결 발표에 앞서 지정조사단은 다음과 같은 종합의견을 냈다.

“연대 측정 결과 신청 활자에서 채취한 먹의 연대는 11세기 초에서 13세기 초로 추정됨. 그러나 활자의 제작과 조판, 활자의 쓰임, 활자의 유전 과정 등과 같은 ‘활자’ 자체의 역사성을 이해하는 데에는 현 수준에서는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음. 상기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청 활자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기보다는 검증 방법이 더 개발되고 발전될 때까지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됨.”

이 의견에 따르면 조사단은 결론 ‘유보’를 권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15년 6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정조사단은 문화재위원회에 이같은 종합의견을 내기 전 증도가자에 대해 먹의 방사성 탄소연대측정, 서체비교, 주조, 조판 등의 방법을 검토하며 진위 여부를 조사해 왔었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는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다”는 설명을 달면서도 지정조사단의 의견을 물리친 채 문화재 지정을 부결했다. 회의록이 공개되며 증도가자가 진품임을 주장하는 학자와 소장자 등은 증도가자 재심을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하는 문화재위원회의 전 전문위원은 “지정조사단이 그처럼 유보 의견을 냈음에도 부결 처리한 것은 일부 문화재 위원이나 문화재청 직원의 독단과 무단이 반영됐다는 증거”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또 증도가자가 진품임을 주장해온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남권희 교수는 “2017년 4월 13일 오후 3시경 문화재위원회 회의가 끝나자마자 A4지 두 장 분량의 보도 자료와 백여 장의 PPT자료를 가지고 한 시간만인 오후4시에 언론 설명회를 개최했다는 사실은 문화재청에서 미리 ‘부결’ 자료를 만들어 놓았다는 의혹을 짙게 한다”며 “일반적으로 문화재청은 민감한 심의 내용일 경우 간략한 내용(4~5줄)을 발표할 뿐이다.”

이에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정조사단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검토사항이고, 의결은 문화재 위원회에서 합리적인 절차에 의해 공정하게 이뤄졌다”며 “먹의 연대 측정 결과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도 당시 의결은 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금속활자가 증도가를 인쇄했는지 여부만 밝히는 것이어서 별개의 사안”이라고 답했다.

증도가자는 보물로 지정된 불교 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금속활자다. ‘증도가자’가 진품으로 공인되면 1377년 간행된 서적인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관련 유물이 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